경제력을 빌미로 지나치게 아내의 생활에 간섭ㆍ통제하고 자신의 의사만 강요한 60대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김귀옥)는 아내 A(61)씨가 남편 B(65)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재산분할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재산분할로 1억5500만원, 위자료로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1972년 A씨는 강원도 강릉에서 면사무소에 다니던 B씨와 결혼해 1남 1녀의 자녀를 뒀다. 하지만 B씨는 1980년 새 직장을 구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B씨는 A씨에게 “당신과 함께 자면 기를 빼앗겨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며 성관계를 회피하면서 A씨를 거실에서 혼자 자도록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할 때는 일방적인 부부관계를 강요했고, 그렇지 않으면 가재도구를 부수거나 A씨를 폭행했다.

또 B씨는 자신이 저녁식사를 하든 하지 않든 A씨에게 늘 정해진 시간에 밥상을 차려놓으라고 강요했다.

이런 폭력적인 태도는 딸이 난소암으로 사망할 당시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B씨는 딸이 숨지기 직전 발작을 일으켜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아내의 요청을 외면하고 구급차를 불러주지 않았다. 딸은 곧 사망했고, 남편은 1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B씨는 아내가 병원에서 한 말을 이유로 폭행하고 화분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B씨는 경제력을 빌미삼아 아내에 대해 지나친 감시와 통제를 했다.

2000년 A씨가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빚을 지자 2003년 빚 일부를 갚아줬지만 2006년 퇴직 후에도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또 신용카드를 쓰다 결국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B씨는 카드빚 문제로 A씨를 더욱 통제했다. A씨가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면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기도 했다. 결국 과로 등이 겹친 A씨는 2009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생활비를 주지 않고 아내가 정해진 귀가시간 보다 늦으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등 모든 경제권을 장악하고 A씨의 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참지 못한 A씨는 같은 해 이혼소송을 냈지만 B씨가 “카드빚을 모두 갚아주고 용돈을 주겠다”고 해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B씨는 합의를 어기고 카드빚 일부만 변제해주고 용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결국 ‘폭군 남편’을 참지 못한 A씨는 2011년 4월 집을 나와 다음달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씨도 “아내가 가정생활에 소홀했고, 낭비가 심해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라며 맞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편은 카드 빚을 빌미로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압박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려 했다”며 “배우자에게 인격적으로 대우해줘야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통제하고 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 정도, 혼인생활 과정 등을 참작할 때 재산분할 비율은 원고 40%, 피고 60%로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제기한 청구에 대해서는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