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동우(가명)는 수업 중에 계속 떠든다. 교사가 주의를 주면 책상 밑에 쏙 들어가서 다른 아이들 책상 밑을 헤집고 교실 바닥을 기어서 다른 쪽으로 간다. 또 다른 1학년 선우(가명)는 뭘 시켜도 "싫어요" "못해요" "안 할 거예요"라고 한다. 하루 이틀이 아니니 교사도 화가 쌓인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는 뒤처지고 태도는 삐딱해지는데, 꾸짖어도 그때뿐이고 옛날처럼 매를 들 수도 없다.

체벌이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전남교육청 의뢰로 루돌프어린이사회성발달연구소가 지난해 10월부터 10주 동안 순천교육지원청에서 장난이 심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전남 지역 1학년·4학년 12명을 모아놓고 방과 후 수업을 했다. 아이들 대상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선 교사들에게 '소리 지르거나 매를 들지 않고 가르치는 법'을 시범 보이고 따라 해보도록 하는 '교사 특훈'이었다.

참여한 교사는 총 14명. 처음엔 평범한 연수 프로그램인 줄 알고 심드렁했지만 이내 열기가 뜨거워졌다. 말로 해도 많은 경우 통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수업을 진행한 이현경(36) 루돌프연구소 연구원(국제공인행동치료사)은 동우가 바닥에 누울 때 "일어나라"고 지시하는 대신 "네가 바닥에서 뒹굴다 몸이 더러워질까 봐 선생님이 걱정된다"고 했다. 선우가 "(학습용 게임을) 하기 싫다"고 억지를 쓸 때 "안 하면 혼난다"고 윽박지르는 대신 "너는 하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 정 그러면 교실 저쪽에 앉아 있다가 하고 싶을 때 오라"고 했다. 일단 아이의 기분과 의지를 인정해준 뒤 대안을 제시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게 하는 식이다. 고윤주 루돌프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교과목 중심으로 교사를 양성하다 보니 교사들이 아이들의 감정과 심리를 이해하는 훈련이 부족하다"고 했다.

10주 훈련이 끝난 뒤 교사들은 순천·나주·보성·신안 지역의 4개 초등학교에서 산만하고 고집 센 아이 90명을 5주간 가르쳤다. 이번에는 다른 교사들이 참관했다. 서명자(58) 나주 봉황초 교감은 "교사 생활 34년간 해마다 연수를 받았지만 전부 이론 중심이었지 실제로 아이들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것을 내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수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한계도 있다. 루돌프연구소의 방법론을 교육 현장에 보편적으로 적용하려면 우선 교사들부터 훈련해야 한다. 그런데 이 연구원 같은 국제공인행동치료사는 국내에 아직 10명 안팎이라고 한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교육청 단위로 교육 정책이 엇갈리는 점도 단기간에 교육 현장이 변화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