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표정의 윤석영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권 싸움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런던 퀴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마친 윤석영(23)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전남 드래곤즈는 지난 24일 윤석영의 QPR 이적에 합의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태국 전지훈련에 참가 중이었던 윤석영은 곧바로 짐을 싸들고 런던으로 향했다.

입단 테스트와 해리 레드냅 QPR감독과의 면담까지 마치고 돌아온 윤석영의 표정은 밝았다. 런던으로 향하기 전 가지고 있었던 많은 생각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돌아온 모습이었다. 윤석영은 "QPR의 모든 면이 마음에 들었고 특히 감독님이 나를 원하셨다"며 "앞으로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QPR의 유니폼을 입게 된 소감을 밝혔다.

QPR에는 박지성(32)이 있다.

쉽지 않을 외국 생활에 더 없이 소중한 멘토가 돼 줄 선배이지만 이번 런던 방문에서는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

윤석영은 "QPR과 MK돈스의 FA컵 경기를 관람하고 연락을 했다. 직접 만나고 싶었지만 팀이 지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보려고 문자만 남겼다"며 "하지만 그 이후에 바로 맨체스터시티전 준비에 들어갔기 때문에 답장도 받지 못했다"고 박지성과의 런던 상봉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이어 "지성이형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이다"며 "한 팀에서 생활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형과 친하게 지내며 배움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11번째 프리미어리거에 이름을 올린 윤석영에게는 나름의 무기가 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 바로 그것이다.

강등권에 놓여있는 QPR로 이적하게 된 솔직한 심경을 묻자 윤석영은 "너무 큰 목표를 생각하기 보다는 일단 현지 적응에 최선을 다하겠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다"면서도 "내가 K리그에서 강등권 다툼을 미리 경험해봤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권 싸움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윤석영은 짧은 런던 체류 동안 겪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소개했다.

그는 "레드냅 감독에게 나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며 "그런데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몇 개의 단어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중 몇 개가 빅스타(Big Star)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윤석영은 또 "(박)지성이형 뿐만 아니라 (기)성용이형, (김)보경이형, (지)동원이 등에게도 연락을 했다"며 "동원이에게 답장이 왔는데 말도 안 통하고 앞으로 개고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나와서 경험해보면 안다고 그랬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비자와 서류 준비 관계로 일시 귀국한 윤석영은 오는 주말에 축구 국가대표팀의 크로아티아 평가전을 위해 다시 영국으로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