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도난당한 뒤 국내로 반입된 국보급 불상인 동조여래입상(왼쪽)과 금동관음보살좌상.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신라·고려시대 국보급 불상 2점을 훔쳐 국내로 들여온 뒤 내다 팔려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당국은 진품인 이 불상을 ‘위작(僞作)’으로 판정해 부산항에서 반입을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경찰과 부산본부세관에 따르면 일본 신사에 보관중이던 국보급 불상 2점을 훔쳐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려 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김모(69)씨를 구속하고 장모(52)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김모(67)씨 등 달아난 일당 3명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8일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시 가이진(海神)신사의 ‘보물관’에서 보관중이던 동조여래입상과 관음사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쳤다.

이들은 신사 창고 기와를 들어내고 구멍을 낸 뒤 안에 몰래 침입해 불상을 들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불상을 훔친 당일 후쿠오카발 부산행 여객선을 타고 부산항으로 두 불상을 반입했다.

두 불상은 국보급 문화재였지만 국내 통관과정은 너무나 허술했다. 당시 세관의 감정의뢰를 받은 부산항 문화재 감정관실은 두 불상이 “제작한지 100년이 안된 위조 골동품”이라고 판정해 세관에 통보했고, 세관은 이 판정을 근거로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반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가짜로 판정됐던 이 불상은 진품이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사건 발생 2개월여뒤 두 불상 도난 사실을 우리 정부에 통보하며 수사 착수와 함께 문화재 반환을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문화재청과 경찰은 뒤늦게 두 불상의 부산항 반입 과정을 확인하고 절도단 추적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불상 2점을 회수해 우리나라에서 강탈됐는지를 감식하는 한편 일본으로 가기 전 소장처 등을 확인하고 있다.

높이 약 38㎝로 8세기쯤 신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동조여래입상은 쓰시마와 한반도가 고대시대부터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일본에서 1974년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당시 감정액은 1억엔 정도였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시대 말기에 제작된 불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들은 일본 신사에서 불상과 함께 ‘대장경’으로 알려진 서적도 함께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서적을 범행 직후 신사 주변 야산에 버렸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은닉 가능성도 있어 계속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