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끝난 지 40일이 지났고 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정부 부처와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내놓고 국무총리를 지명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를 중심으로 대선 공약 이행에 의욕을 보여 왔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이견(異見)이 그치지 않아 한쪽에선 이대로 가다간 새 정부가 안정된 기반 위에서 출범할 수 있겠느냐는 염려와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 부처 개편안에 관해서는 통상 부문을 외교부에서 떼내는 문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 진흥 업무와 한 부서에 배치한 것이 적절한지 아직 논란이 그치지 않고 청와대 비서실 개편에선 경호실장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시킨 것이 세계 추세와 시대 상황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 공약의 재원 조달 방안을 둘러싼 논란도 당선인이 직접 나서 발언을 쏟아낼 때까지 안갯속에 잠겨 있었다. '증세(增稅) 없이 모든 공약을 다 지킬 것'이란 원론에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론도 많다.

당선인이 고심(苦心) 끝에 내놓은 인사도 산뜻하게 마무리 지어질지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당선인이 사전에 협의했다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해선 국회와 국민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당선인은 헌법 규정대로 국무총리와 장관 인선을 협의하겠다며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교적 일찍 내정했으나 김 후보자 역시 아들의 재산과 병역 문제에 걸려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여권 인사들조차 사전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당선인은 내달 25일 취임 전까지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인선을 마쳐야 한다. 17개 부처를 포함, 20명이 넘는 장관급 인사를 3배수만 검증한다고 해도 60여명을 대상으로 국회 청문회 통과 가능성 여부를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검증 시스템에선 앞으로 내각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에서 무슨 혼선이 빚어질지 알 수 없다.

당선인은 그동안 보안(保安)을 제일 중시해왔다. 인사(人事)든 정책이든 최종 결정이 나기 전에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은 혼란만 줄 뿐이란 이유에서다. 당선인이 내린 최종 결정이 100% 옳다면 그래도 된다. 그러나 총리 지명자 경우처럼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터져 나올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만일 인사 오류가 겹치면 큰 혼란을 부르게 된다. 이전 정부들이 최종 발표 전에 인사와 정책들을 부분적으로 공개해 여론 동향을 살핀 것은 바로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었다. 당선인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고 새 정부를 안정 속에 출범시키려면 이제라도 '보안' 너머의 진짜 중요한 가치를 생각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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