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 반대 때문에 과세 못 한다고요? 우리는 착착 준비해 가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기획재정부는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종교인 과세를 제외하면서, 공을 새 정부로 넘겼다. 관가에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압박이 심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종교계에선 "정부가 구체안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만들려는 노력 없이 종교계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신교계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납세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NCCK는 자체 추산 교회 수 2만여개, 교인 수 640여만 명 규모의 교회연합기구. 이 단체는 지난해 11월 제61차 총회에서 "성직자 소득 납세와 교회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교회 공공성 회복의 첫걸음으로 삼는다"는 내용을 담은 공식 선언문을 냈다. NCCK 관계자는 27일 "총회 결의를 바탕으로 올해는 교단별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결의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로,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NCCK 회원교단들의 움직임과 별도로, 개신교계 최대 교단인 예장 합동도 지난 3일 목회자세금납부연구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준비를 시작했다. 교계 시민단체인 '교회 재정 건강성 운동본부'는 작년 가을 목회자 세금 납부 매뉴얼을 만들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과 함께 자발적 납세 운동을 벌여 왔다. 실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는 "올해는 매뉴얼을 적극 보급하고 납세를 원하는 목회자들을 컨설팅하는 등 실질적 도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불교계에선 조계종이 차근차근 납세 준비를 진행 중이다. 24일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열린 교구본사 주지협의회 신년 모임부터 세금 문제 논의가 시작됐다. 조계종 입법기구인 중앙종회는 16일 종교인 과세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세무법인 대표를 초청해 "사찰에서 지출하는 인건비가 교역자와 일반 종무원에 대한 급여일 경우 소득법상 과세 대상"이라는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사찰 수입을 곧 스님 수입으로 오해하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 수 있는 계기라는 차원에서 종교인 납세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