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학과가 삼성전자 사장 출신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을 초빙교수로 임용하려던 계획을 학생들의 반발로 백지화했다. 서울대 로스쿨 인권법학회 학생 모임은 "산업재해 피해자를 양산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총책임자였던 황 단장 초빙교수 임용 절차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사회학과 대학원생과 졸업생 55명도 황 단장 임용을 "사회학이 노동을 버리고 자본 편에 서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황 단장은 한 시절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던 상징적 인물이다. 서울대 사회학과가 황 단장을 강단에 초빙해 과학기술 현장 경험을 토대로 기술 진보가 가져온 사회 변화를 읽고 미래 사회를 내다볼 안목을 길러주려 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한 실험이다.

오늘의 사회를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으로 나누는 것은 단선적 흑백논리다. 그런 논리론 오늘의 다차원 사회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사회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도 없다. 자기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에 맞춰 대상을 해석하는 것은 교조주의(敎條主義)이지 과학 하는 태도가 아니다. 더욱이 사회를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누는 낡은 틀 속에서도 황창규씨는 전문 경영자일 뿐 자본가가 아니다. 황 단장 임용 반대 운동을 벌인 학생들은 반(反)과학적, 반(反)지성적이란 질책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과학이 다른 학문의 발전 속도와 비교해 뒤져 있다는 평판을 듣는 것은 우리 사회를 분석 해명할 적정한 개념 도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외국에서 빌려온 이론, 그것도 내구연한(耐久年限)을 한참 넘긴 전(前) 시대의 개념 틀에 의존해온 탓이 크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해석하려면 일부러라도 기존 이론과 기존 사고방식을 부서뜨리려는 창조적 파괴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학문 분야, 자기 학과 출신에게만 교수직을 맡기는 학과 순혈(純血)주의부터 버려야 한다.

교수들도 학생들을 탓하며 황 단장 초빙 계획을 없던 일로 할 게 아니라 애초 취지로 돌아가 왜 황 단장 강의가 필요한지 당당하게 학생들을 납득시켰어야 했다. 교수들이 학과와 학생을 위해 필요해 결정한 사항을 학생들이 반발한다고 바로 백지화한다면 이걸 보고 앞으로 누가 새로운 실험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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