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1일 대통령실 명칭을 현 정부 이전의 대통령비서실로 되돌리고 정책실 폐지와 국가안보실 부활을 골자로 한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회통합수석실과 국가위기관리실을 없애는 대신 국정 어젠다를 관리할 국정기획수석실과 국가 미래 전략을 다룰 미래수석실을 신설하고 수석비서관과 비서관 사이의 직급인 기획관제를 모두 없앴다. 청와대 안에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인사위원회를 설치, 탕평 인사를 관장하도록 했다. 이로써 3실장 8수석 6기획관 체제의 현 청와대 조직은 2실 9수석 체제로 단순화되고 몸집도 줄어든다.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 조직을 줄이고 복지 업무 전반을 관장할 사회보장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대선 과정에서 통상적인 내정(內政)은 내각에 맡기겠다며 약속한 책임 총리제와 책임 장관제를 시행하려는 듯하다.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행정 부처와 청와대 조직이 각각 본연의 업무를 하게 하려는 것이 당선인의 뜻"이라고 말했다. 각 부처는 해당 장관 책임 아래 운영하고 청와대 비서실은 순수하게 대통령 보좌 업무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세종시 청사 시대가 본격화하기 때문에 '작은 청와대'와 '책임 장관제'는 지리적·물리적으로도 불가피하다. 세종시에 내려간 경제·사회 부처 지휘는 현장에 상주하는 총리가 책임지고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부처 업무에 시시콜콜 간섭하려 들면 장관들은 현장 업무를 사실상 포기한 채 서울 주변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박 당선인이 경제부총리를 부활시켜 당면 경제 현안에 대처하게 하고 사회보장위원회 기능을 세종시로 보내려 하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책임 장관제가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역대 정권들도 출발할 땐 모두 '작은 청와대'를 다짐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청와대 수석들은 대통령 뜻을 전한다며 부처 일에 일일이 간섭하고 장관들은 결정하기 난처한 사안이 생기면 모조리 청와대로 보내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책임지고 결정해주도록 떠넘기는 일이 되풀이됐다. 단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자기 업적을 가시화하기 위해 조바심을 내게 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곤 했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새 정부에선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 설정이란 핵심 기둥을 잘 세워야 한다. 이 기둥이 흔들리면 청와대와 내각의 관계는 곧바로 옛날로 돌아가게 된다. 박 당선인의 '작은 청와대' 구상의 성패(成敗)는 총리에게 책임 총리제에 걸맞은 위상을 보장해줄 것인가와 총리가 당선인의 그런 취지에 얼마만큼 부응할 것인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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