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론에 보도된 민주당의 '4·11 총선 평가와 과제'란 보고서는 민주당의 '12·19 대선 패인(敗因) 분석'으로 이름만 바꾸면 될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작년 4월 총선 직후 작성한 이 보고서는 지난 총선을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 정치적 패배'로 규정하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의 실패가 여당 승리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잘못해서 새누리당에 승리를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민주당 패인으로 '여야 간 1 대 1 구도면 이긴다는 맹신 아래 야권 연대=승리란 등식에 과도하게 기울었고', '민생·미래 문제에 대한 비전을 부각하지 못했으며'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같은 이슈 관리에 실패'한 것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민주당 재건을 위한 과제로 '친노(親盧) 대(對) 비노(非盧), 진보 대 중도 실용, 원내 투쟁 대 거리 투쟁을 놓고 끊임없이 분열 갈등하는 정당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 보수도 진보도 아닌 이념적 혼재층(混在層)의 요구를 실현해줄 현실적인 정책을 개발해 이념과 구도를 초월한 민주 민생 평화 정당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활로(活路)가 '좌(左)로 더 좌로'에 있지 않고 '중도(中道)로 더 중앙(中央)으로' 옮겨 가 생활 정치로 중간층에게 다가서는 데 있다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민주당 또는 민주당과 제휴한 세력 내부의 극단 분자들만 몰랐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던 상식적 지적이다.

민주당의 현재 문제는 국민 모두가 느끼는 민주당의 붕괴 조짐에 왜 지도부만 무반응(無反應)으로 일관해 패배의 구렁텅이로 제발로 걸어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이번 대선 진행 과정을 보면 민주당 총선 보고서가 권유한 '이념과 구도를 뛰어넘는 생활 정치 전략'은 오히려 새누리당이 더 앞장서 활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민주당 총선 보고서는 작성 당시 당 지도부만 보았을 뿐 상당수 일반 의원은 지금까지도 그런 보고서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당 비대위가 대선 평가에 나서겠다고 하니까 일부 의원은 "총선 평가부터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총선 보고서 공개를 요구했을 정도다. 민주당에 지금 필요한 건 당내 말씨름이 아니라 첫째도 실행 둘째도 실행 셋째도 실행이다.

[사설] 새 정부, 작은 公約 지키려다 큰 공약 놓칠 수 있다
[사설] 原電, 안전성 감시와 진흥 업무 통합은 위험한 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