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993년 가입한 '런던협약'에 따라 올해부터 음식물 쓰레기 폐수의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됐지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쓰레기 대란'의 현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13일 서울시와 각 구청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민간 처리 업체들은 음식물 쓰레기 폐수의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처리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업체들은 기존 1t당 7만~8만9000원이던 것을 13만원 선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인상 폭이 지나치게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성북구 등에서는 지난 7일부터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해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경기·인천·대전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해 '쓰레기 대란'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도 있다.

현재 서울의 25개 구 중에서 송파·동대문·서대문·도봉·강동구 등 쓰레기 처리 공공시설을 갖춘 9개 구를 제외한 나머지 16개 구는 민간 처리 업체를 이용해 왔다.

음식물 쓰레기 폐수 처리를 위해 민간 처리업체를 이용하는 서울의 16개 구청은 지난 9일 긴급 구청장 회의를 갖고 정부와 서울시에 쓰레기 대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구청들은 환경부와 서울시 등의 처리 비용 표준안이 없어 민간 업체들이 제시한 비용의 적정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며 처리 단가 표준안 마련과 처리 단가 상승에 따른 예산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한 런던협약의 합의 내용은 지난 2011년 12월 국내 시행령을 통해 현실화된 만큼 이미 예고된 문제인데 부처들이 뒤늦게 허둥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상 매립지 부족과 음식물 쓰레기 매립으로 인한 악취와 지하수 오염 같은 환경문제 때문에 지난 1988년부터 바다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해왔다. 1993년 런던협약에 가입한 뒤에도 폐기물의 해양 투기는 계속됐다. 폐기물 해양 배출 비용이 종류에 따라 많게는 육상보다 90%까지 싸기 때문에 폐기물 배출 업체들이 해양 투기를 선호한 것이다. 업체들은 지난해까지 포항 동쪽 125㎞ 해역, 울산 남동쪽 63㎞ 해역, 군산 서쪽 200㎞ 해역에 음식물 쓰레기 폐수를 버려왔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송파·동대문·서대문·도봉·강동구는 음식물 쓰레기 공공 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종로·광진·성동·은평구 등은 이 시설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강서·양천·성북구 등 나머지 16개구가 민간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 업체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에 따라 최근 일주일간 업체들이 쓰레기 처리를 거부해 주민들이 악취 민원을 제기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업체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서울 16개 자치구가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만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강서구청은 쓰레기 대란을 우려해 일단 1월 한 달간 잠정적으로 업체의 요구를 부분 수용해 1t당 12만7000원까지 인상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성북구와 노원구 등 대부분의 자치구는 인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업체들이 일제히 비슷한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데 대해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성북구청 한 관계자는 "금액을 인상해주지 않으면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담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환경부가 제시한 적정 처리 비용에 비용 증가분 등을 더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권철원 한국음식물류폐기물 자원화협회 회장은 "일률적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업체별로 구청 등과 가격 협상을 했기 때문에 담합 의혹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런던협약

폐기물 해양 투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국제협약. 현재 87개국이 가입했으며 한국은 1993년 가입했다. 한국은 2012년부터 가축 분뇨와 하수 오니, 2013년 음식물 폐수, 2014년부터 산업 폐수와 폐수 오니 투기가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