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이 2010년 71개에서 2011년 61개로 1년 사이 10개나 줄어들었다. 2010년 세계 1위를 기록했던 26개 품목이 경쟁국 제품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준 반면 새로 1위에 올라선 품목은 16개에 그쳤다.

정상(頂上)에서 밀려난 26개 품목 중 12개는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그중에는 석유화학과 철강제품, 액정장치 등 몇년 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지켜 왔던 수출 효자 상품들이 포함돼 있다. 중국에 1위를 빼앗긴 품목도 2009년 2개, 2010년 7개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 수출산업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수출 1위 품목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1431개로 가장 많고 독일 777개, 미국 589개, 이탈리아 230개, 일본 229개 순이다. 한국은 수출 규모 세계 7위 무역 대국이지만 1위 품목 보유 순위는 15위에 지나지 않는다. 품질과 가격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수출 상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세계 최대 수출 대국인 중국에 시장을 계속 빼앗기고 있고, 경쟁력 있는 상품도 다양하지 못한 것은 한국 수출의 가장 큰 약점이다.

당장 올해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 작년에 엔·달러 환율은 연초(年初) 77엔에서 연말(年末) 85엔으로 11.3% 오른 반면 원·달러 환율은 1155원에서 1070원으로 7.4% 내렸다. 새해 들어서도 일본 아베 정권이 경기를 띄우기 위해 무제한 돈 풀기를 선언하며 환율 전쟁에 나서는 바람에 엔화 약세, 원화 강세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상품 가격은 올라가고 주요 경쟁자인 일본 상품 가격은 내리고 있으니 수출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수출 중소기업 대부분이 더 이상 수출을 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가 균형 있게 발전하려면 내수(內需)를 키워야 하지만 그렇다고 수출을 소홀히 하면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정부는 투기성 외화자금 유입 억제를 비롯해 수출 기업들의 환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 스스로 세계 1위 품목을 더 늘리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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