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대검 중앙수사부의 직접 수사 기능을 없애고 서울고검에 수시로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전국 규모 대형 사건을 수사하게 하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중수부를 폐지하고 각 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중수부 기능을 대신하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공약에는 지방검찰청에서 수사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사건은 예외적으로 고등검찰청에 임시 수사팀을 만들어 수사하게 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어떤 방안이 실현되든 이제 대검 중수부는 폐지되거나, 존속하더라도 수사 지휘만 하고 지검 특수부나 고검 특별수사팀이 중수부를 대신하게 된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정권들에서 현직 대통령의 아들 세 명을 구속했고 수천억원대 경제 비리를 저지른 재벌 총수를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정권이 잘나갈 때는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비리를 모른 체하다가 정권 힘이 빠진 임기 말에야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수사하고, 정권에 밉보인 정·재계 인사들은 알아서 수사했다는 비판이다. 중수부는 검찰총장 직속 조직으로 검찰총장이 지시하는 사건만 수사한다. 어느 정권이든 검찰총장은 정권 입장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으로 임명해 왔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임명되는 검찰총장이 중수부를 지휘한 탓에 중수부가 툭하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수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지검 특수부나 고검에 맡긴다고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이 저절로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검 특수부나 고검 임시 수사팀이 중수부 역할을 하게 되면 정권은 이들 부서를 지휘하는 지검장이나 고검장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하려 할 것이다. 지금도 일부 지검장은 정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중요 사건 수사의 경우 검찰총장에겐 대충 보고하고 정작 중요한 내용은 정권 실세에게 따로 보고한다는 얘기가 있다. 검찰에서 더이상 승진할 자리가 없는 검찰총장과 달리 지검장과 고검장은 나중에 좋은 자리에 가려고 정권 눈치를 더 볼 수도 있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중수부 기능을 지검이나 고검으로 옮기면 중수부의 문제점이 되풀이될 위험이 크다. 그래서는 중수부를 폐지하는 의미가 없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고 지검장·고검장이 정권 눈치 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검찰 인사 제도를 만들어 중수부가 갖고 있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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