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김연아.

'역도 여왕'과 '피겨 여왕'의 경쟁이 벌어질까.

역도 영웅 장미란(30)은 지난 10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 위원 도전 의사를 밝혔다. 여자 역도 무제한급에서 올림픽에 세 번 나가 금 1·은 1개를 따고, 세계선수권 4연패를 일궜던 지구 최강의 역사(力士)는 "IOC 위원이 되면 스포츠를 위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앞으로 충분히 공부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연아(23)도 IOC 선수 위원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2011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 한 이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진로를 고민했다. 그러다 작년 여름 2014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뛰겠다고 선언했다.

김연아가 선수 생활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배경엔 IOC 선수 위원이 되고 싶다는 희망이 자리 잡고 있다. 김연아는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석,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했다. 김연아는 당시 국제 스포츠 외교 현장을 경험하면서 선수 위원 활동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국민적인 스타로 대접받는 장미란과 김연아가 동시에 IOC 선수 위원직에 출사표를 내면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IOC 위원은 이건희(삼성전자 회장·1996년 선출), 문대성(국회의원·2008년 선출) 두 사람뿐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 위원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기간 출마해 선수 위원으로 뽑혔다.

현 IOC 위원 101명 중 선수 위원 숫자는 15명. 선수 위원을 보유한 국가는 해당 위원의 임기가 끝나기 전엔 새 후보를 추천하지 못한다. 한국은 문 위원의 8년 임기가 끝나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맞춰 하계 종목 출신 선수를 후보로 낼 수 있다. 동계 종목 선수는 동계올림픽 기간에 열리는 선거에 나갈 수 있다.

선수 위원 후보 자격을 얻으려면 선거가 열리는 올림픽 혹은 직전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장미란은 2012 런던올림픽에 나가 4위를 해 2016년 출마에 문제가 없다. 장미란을 비롯해 자격을 갖춘 하계 종목 선수가 선수 위원 후보 신청을 하면 대한올림픽위원회(대한체육회)가 심사를 통해 추천 선수 한 명을 가린다. 올림픽 통산 사격 금메달 3개를 획득한 진종오(34)도 IOC 선수 위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미란이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IOC 선수 위원 선거에 나가 당선될 경우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나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선수 위원 선거에 나간다"는 계획 자체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IOC 선수위원

IOC 선수 위원 선출은 2000년부터 시작됐다. IOC 헌장이 정한 선수 위원 숫자는 15명. 하계올림픽 종목 출신이 8명, 동계올림픽 종목 출신이 4명이다. 3명은 IOC가 국가, 스포츠 간의 균형을 고려해 지명한다. 선수 위원은 올림픽 기간에 참가 선수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다. 임기는 8년(득표 순위 상위 50%), 4년(득표 순위 하위 50%)으로 나뉜다. 총회 의결권을 비롯한 선수 위원의 권한은 다른 IOC 위원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