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물컵을 들고 있습니다. 오래 들고 있을수록 무거워질 수밖에 없어요. 1분 지나면 팔이 저리고, 2분이 지나면 아프기 시작할 테고, 5분이 지나면 고뇌에 찰 것입니다. 뭘 해야 하나요. 내려놓아야 합니다. 30초만 쉬었다가 다시 물컵을 들면 훨씬 더 가볍고 쉽게 들 수 있습니다."

아잔 브람(62·사진) 스님은 "명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삶을 위한 확실한 투자"라고 했다. 스님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도 출신으로 태국 불교로 출가한 세계적 명상가. 국내에도 명상 에세이 '성난 물소 놓아주기'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가 호주에 세운 보디나야나 수행센터는 빠르게 성장하는 호주 불교의 구심점이자 수행승들의 최대 커뮤니티다. 10~16일 동국대에서 '선정(禪定) 체험과 실제 깨침'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 명상 힐링 캠프'를 지도하기 위해 방한한 스님이 10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선정'이란 '한마음으로 사물을 생각해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머물러 흐트러짐이 없는 상태'를 이르는 불교 용어.

스님은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만히 고요하게 있을 줄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도 천천히 조심스럽게 할 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스트레스도 적고 더 오래 삽니다. 그렇게 빨리 달려서, 공동묘지에 묻힌 사람 중에 가장 부자가 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스님은 '고요하게 멈추는 것'의 중요성을 당나귀에 비유해 설명했다. 고집 센 당나귀는 막대기로 때려도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막대기를 머리 위에 묶어서 당근을 대롱대롱 매달아 놓으면 그 당근을 먹겠다고 앞으로 간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가도 당근은 항상 눈앞에서 흔들릴 뿐이다. "인생에서 우리가 쫓는 성공과 쾌락이 이런 모습입니다. 아무리 빨리 달려간다 해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럼 당나귀는 어떻게 해야 당근을 먹을 수 있을까요? 멈춰야 합니다. 달리다 멈추면, 그 반동으로 당근은 당나귀 입을 향해 돌아옵니다. 고요히 멈춰서는 것, 이것이 명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호흡 관찰이 기본인 '사맛따 위빠사나' 수행자인 스님은 한국 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인 간화선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했다. "현대차든 기아차든,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종류보다, 그 차를 어떻게 운전하는가가 중요하듯, 어떤 종류의 명상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명상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어떤 명상을 하든지 평화로워지십시오. 친절해지십시오. 스스로에게 관대해지십시오. 그것이 명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