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최대 과제는 5년 뒤 집권하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일이다. 옳은 답을 찾으려면 그에 앞서 정확하게 묻는 게 필요하다. 민주당에선 그동안 대선 패인을 놓고 "50대 이상 연령층 대책이 없었다" "지나친 좌클릭으로 중도층 공략에 실패했다" "후보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등 여러 분석이 나왔다. 그런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가 새누리당과 108만표(3.6%) 차였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왜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왜 실패하고 왜 밀렸는가를 묻는 일이다. 그것은 민주당 스스로가 거울에다 비춰보는 자기 모습과 국민이 바라보는 민주당 모습이 달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런 잘못된 자아(自我) 인식은 민주당을 둘러싼 상황을 오판하는 잘못된 현실 인식을 불렀다. 민주당을 다시 야당 신세로 몰아넣은 108만 표차는 민주당과 대한민국, 민주당과 국민, 민주당과 시대의 어긋남을 말해주는 격차의 크기다. 민주당은 이런 격차를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찾을 수 있고 집권으로 가는 길도 열린다.

민주당 사람들은 보통 민주당의 이념적 좌표를 '중도 좌파' 혹은 '진보 개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 깃발 아래 선거 때마다 이 세력 저 세력을 모았다. 이번엔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가 잇따라 사퇴하면서 좌파 세력이 민주당 진영에 총집결했다. 여기에 중도층에 기반한 안철수 세력까지 상당 부분 끌어들였다. 그러나 안철수와 이정희가 민주당이 내건 깃발 아래서 함께 할 수 있는 정치인인지, 민주당을 이끄는 핵심 세력의 좌표는 안철수와 이정희 사이 어디쯤인지 종잡기 어려웠다.

민주당은 평소 노동 조직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서구의 좌파 정당들과는 달리 선거를 앞두고 필요할 때만 국내 노동 조직과 일시적으로 결합해왔다. 민노총을 움직이는 핵심 세력도 민주당보다는 심상정·이정희 세력과 훨씬 더 가깝다. 민주당이 과거 두 차례 집권에 성공한 건 민노총과는 정반대 성향인 김종필·정몽준 지지층과 결합했을 때였다. 이 때문에 선거 때면 이 세력 저 세력의 힘을 빌리는 민주당이 실제로 대변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계층과 이념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민주당은 더 이상 이런 애매모호한 상태에 머물러선 안 된다. '민주당은 무엇인가'에 대한 자아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이번 대선에서 확연히 드러난 상황 변화는 인구 구성의 변화, 즉 우리 사회의 빠른 노령화 현상이다. 민주당이 이런 변화의 정치적 함의(含意)를 읽지 못했던 것은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오로지 노령화 때문에 패배한 것처럼 말하는 것 역시 상황을 잘못 보는 것이다. 우리 정치의 또 다른 과제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새 성장 동력을 찾으면서 사회 각 분야별로 커가는 격차를 줄이고 복지를 더 늘려달라는 국민 요구에 대처하는 일이다. 민주당이 이에 발맞추어 국민이 믿을 만한 대책을 내놓는 경쟁에서 새누리당에 앞섰다고 말하긴 어렵다.

민주당은 과거 10년간 집권했다. 그런데도 국민에게 민주당은 '집권 잠재 세력'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반대하는 '안티 세력'으로 비쳐왔다. 무언가를 부정하고 반대하면서 반사적 이득을 챙기려는 정치로는 국민과 벌어진 격차를 좁힐 수 없다.

어제 출범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민주당 차기 지도부와 민주당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가 민주당의 현주소를 바로 보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가야 흩어진 국민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그 방향을 찾는 대격론의 마당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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