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중도 우파 정부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적으로 볼 때 중도 우파 정부는 복지 및 분배를 확대하여 중도 세력을 아우르면서도 우파의 가치인 시장경제의 원칙을 준수하는 정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중도적 성격의 정부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한 현상이며, 한국에서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중도 우파 정책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우선 중도적 성격의 정책과 우파적 성격의 정책이 상충할 경우 이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복지 확충과 재정 건전성 확보는 이미 새해 예산에서 갈등을 겪었으며, 이러한 충돌은 앞으로 더욱 많은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증세(增稅)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럴 경우 조세부담률을 매년 1%포인트 정도씩 점진적으로 늘리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 재원을 마련하려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정책은 자칫하면 민생(民生)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지하경제의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고, 그 원인은 높은 자영업자 비율, 각종 비과세 혜택의 남발,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각종 규제 등이다. 그러므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서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추적하고 비과세 혜택 등을 줄이다 보면 결국 민생과 내수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새 정권은 이와 같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정책들을 조율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각종 공약의 완급과 시행 시기 등을 조절해야 한다.

새 정부가 유념할 또 하나의 원칙은 중도 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은 시장경제의 원칙을 최대한 준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가격 통제 정책, 무상 보육과 같은 보편적 복지 정책, 가계 부채 일부 탕감 정책, 경제 민주화 관련 일부 공약 등은 시장경제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또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원칙은 좋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공약들을 보면 이들에 대한 지원책만 있을 뿐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개방의 필요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부단한 구조조정과 공정한 경쟁 도입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임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으며, 이것이 곧 시장경제의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점은 박 당선인이 모든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자신이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국민과 한 약속은 민생을 챙겨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지 모든 공약을 수정 없이 실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제 공약은 수시로 바뀌는 경제 상황에 따라,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수정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본인의 공약 중에서 서로 어긋나는 것을 조율하고 시장경제 원칙과 거리가 있는 것은 보완하여 복지와 성장이 선(善)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의 틀을 재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