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2년에 매출액 201조500억원, 영업이익 29조100억원을 기록해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2011년과 비교해 매출은 21.9%, 영업이익은 85.8%나 늘었다. 삼성은 세계 경기침체와 특허 분쟁의 어려움 속에서도 모바일 부문에서 잇따라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휴대전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전자의 선전(善戰)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경제와 산업의 불균형이 확대되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 상장회사의 60%가 작년에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고, 다른 대기업들은 대부분 세계 경제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작년 순이익은 상위 30대 기업(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전체 순이익의 3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삼성 뒤를 잇는 나머지 9개 기업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삼성의 비중이 커지다 보니 삼성의 주가가 뛰면 전체 주가지수도 같이 오르고, 삼성이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 전체 상장기업 실적이 호전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錯視)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빼놓고 봐야만 우리 경제의 그늘과 실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나 홀로 독주하면서 국가 경제가 삼성전자 한 회사의 성쇠(盛衰)에 따라 좌우되다시피 하고 있는 것도 위험 신호다. 세계 휴대전화 업계의 제왕이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잘못 대응했다가 추락하자 그로 인해 핀란드의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렸다.

우리 경제가 균형 있는 성장을 하려면 다양한 업종에서 '더 많은 삼성전자'가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제2, 제3의 삼성전자로 자라날 수 있도록 기업 생태계를 바꿔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삼성도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파트너로 키워내면서 삼성의 성과가 우리 경제 구석구석에 스며들 수 있는 공존(共存)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삼성에 대한 질시(嫉視)와 견제가 수그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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