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이 정부 이름으로 식민(植民) 지배를 사죄했던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대신하는 "21세기에 걸맞은 아베 내각으로서 담화를 내놓으려 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 정부가 성노예 강제 동원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던 1993년의 '고노 담화'에 대해서는, 자신이 총리로 있던 2007년 각료 회의가 식민지 시대 성노예 강제 동원에 일본 정부가 개입한 증거가 없다고 했던 내용을 반영해 현 내각 방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1993년 당시 고노(河野洋平)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 경찰청과 방위청 등 일본 정부 자료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자료, 일본·한국·중국의 관련 당사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요청으로 위안소가 설치됐고 위안소 설치·관리 및 이송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며 성노예 강제 동원에 일본 정부가 개입했음을 분명히 밝혔다. 무라야마(村山富市) 총리의 담화도 1995년 8월 15일 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50주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제국(諸國)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 정부가 역사적 과거로 인정, 반성했던 이 두 가지 모두를 뒤엎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처음 총리로 취임했던 이듬해 '고노 담화'를 부정해 중국·한국 등 주변국들의 분노를 불러왔는데도 입장을 바로잡지 않았다. 그해 4월 미국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서야 "위안부들이 겪은 큰 어려움에 대해 마음 깊이 동정하고 있다. 죄송하다는 생각"이라고 엉뚱한 곳에다 대고 사과를 했다. 미국 하원은 같은 해 7월 일본 정부에 성노예 강제 동원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피해 당사국에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만불손하게 뻗대고 미국 앞에서만 수그러드는 아베 총리의 모습은 일본의 도덕성에 다시 한 번 먹칠을 했다.

아베 정권이 이번에도 똑같은 길을 가면 그다음 벌어질 일은 뻔하다. 한국·중국 등 주변국 정상들과 마주 앉기도 힘들어질 것이고 일본 침략으로 고통받았던 동남아 국가들도 일본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일본의 미래 세대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떠넘기게 된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특사(特使)를 4일 보낸다면서 그에 앞서 언론을 통해 과거사 담화를 개악(改惡)·폐기(廢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저의(底意) 또한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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