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작년 12월 19일 정오 "(김정일이) 달리는 야전 열차 안에서 심근경색으로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 서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야행성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아침부터 활동에 나선 점, 뇌졸중(2008년 8월)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이 반드시 피해야 할 강추위(영하 13도)에 외부 활동을 강행한 점 등을 들어 "석연치 않다" "조작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주체철'과 '주체섬유' 등의 사업에서 잇달아 큰 문제들이 발견된 데 이어 완공을 4개월 앞둔 희천발전소마저 부실투성이란 보고가 들어 온 정황은 이 같은 의문들을 상당 부분 해소시킨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주체철과 주체섬유의 문제점에 이어 희천발전소마저 부실 공사란 보고를 받았으니 그 절망감이 대단했을 것"이라며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시정 지시를 내리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 사망 발표 사흘 뒤인 작년 12월 22일자 노동신문 보도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노동신문은 당시 "또다시 조용히 조국의 '북변(北邊)'으로 향한 열차에 몸을 실으신 장군님"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북변'은 함경도, 양강도, 자강도 등을 가리킨다. 김정일이 사망 1주일 전 함경도를 다녀간 것을 고려하면 특별열차의 목적지는 희천발전소가 있는 자강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희천발전소 부실 공사 보고'로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다. 사망에서 발표까지 걸린 시간이 1994년 김일성 사망 때(22시간)의 두 배 이상(51시간 30분)인 점이 그렇다. "뭔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당시 정보 당국은 "위성사진 판독 결과 김정일 특별열차는 17일 평양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밝혀 '열차 안 사망'이라는 북의 발표가 거짓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