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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의 힘
마르쿠스 헹스트슐레거 지음|권세훈 옮김|열린책들|216쪽|1만3000원

1800년대 초반 영국 맨체스터 주변은 온통 흰색 자작나무나방 투성이였다. 자작나무의 흰색 줄기에 앉으면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반면 당시에도 아주 드물게 검은색 자작나무나방이 있었지만 보이는 족족 새들의 먹잇감이 됐다. 하지만 1848년 무렵이 되자 검은색 나방이 다수 발견되고 흰색 나방은 줄었다. 그 사이 맨체스터가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됐고, 공장에서 뿜어내는 매연이 자작나무를 검게 물들였기 때문이었다. 어제의 보호색이 오늘은 치명적 약점이 됐다.

오스트리아의 저명 유전학자인 저자 헹스트슐레거는 "미래의 위험에 대처하려면 평균을 버려라. 그리고 개성을 키워라." 저자가 말하는 '개성'이란 '다름' '다양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어떤 문제를 만나면 "작년엔 어떻게 했어?" "지난번에 어땠어?"하고 과거에서 예를 찾는다. '평균'에서 답을 구하는 것. 하지만 맨체스터의 예에서 보듯 급변하는 환경 속의 미래 위험에 대해 '평균'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개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유전학자임에도 '유전 vs. 환경' 논쟁, 즉 '재능은 타고나느냐, 노력으로 길러지느냐' 논쟁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개성'을 화두로 던져놓고 200여쪽을 채워간다.

유전학, 의학 지식을 동원한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는 약 2만5000개. 그런데 파리는 1만2000개, 히드라는 2만개, 물벼룩은 3만개, 양배추는 10만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아직 종(種)을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유성생식 덕분이다. 즉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 양쪽에서 유전자를 물려받음으로써 유전자의 다양성을 넓혀온 덕분에 온갖 환경적 변화에도 멸종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모든 인간은 유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개별자의 존재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평균은 없고 개성만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재능이란 없다. 성과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다빈치,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등 창의적 천재의 경우도 그들의 성과 덕분에 거꾸로 그들의 창의성이 주목받는다는 이야기다.

저자의 결론은 "유전자는 연필과 종이일 뿐 역사는 우리 자신이 쓴다"는 것. 또 "엘리트는 창조적인 사람이다. 평균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개인'은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엘리트다. 이 엘리트는 숲 속 공주의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범인(凡人)들에겐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이다. 고정관념을 혁파하는 데 주력하느라 개성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는 부족하다.

하지만 '좋은 아이' '좋은 학교' '좋은 직장'같은 '평균'에 대한 신화가 지배적인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