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로 자기 의견을 올리는 공간 '트위터' 같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2030 이하 세대에게 친근하고, 특히 '친야(親野)'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평가돼왔다. 그렇다면 18대 대선 기간 SNS에서 벌어진 박근혜―문재인의 양자 대결은 어떤 형국이었을까.

본지가 SNS 여론 전문분석기관인 메트릭스와 와이즈넛에 의뢰해 지난 10월 1일부터 선거 당일인 12월 19일까지 대선 후보와 주요 이슈와 관련된 국내 트위터 전수(약 4억756만건)를 분석한 결과, 그 양상은 '일반적 예측'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희와 노무현의 대리전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은 곧 '박정희노무현'의 대리전이기도 했다. 두 전(前) 대통령의 이미지가 맞부딪친 '그림자무사(가게무샤)' 싸움에서 박근혜 후보는 예상 외로 '실(失)'보다 '득(得)'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 진영은 '박정희의 딸'이라는 사실을 긍정적 이미지와 적극 연결시켜 '후광 효과'를 누린 반면, 문재인 후보 진영은 '노무현 정부 실정에 대한 공동책임' 같은 부정적 이미지에 휩싸이면서 최종 승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와 '박정희'가 함께 언급된 횟수는 10월 이후 28만5000여 건으로 박 후보가 언급된 전체 트윗의 3.1%를 기록했다. 박 후보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이른바 '이명박근혜 정권심판론'은 박근혜 언급 트윗의 2.0%였다.

박근혜-박정희 동시 언급 트윗의 내용을 보더라도, 긍정적인 것이 267건에 3만8603회 리트윗(RT·재전송)을 기록하면서 62.6%나 된 반면, 부정적인 트윗은 131건, 2만3049회 리트윗으로 37.4%에 그쳤다.

메트릭스 김경원 차장은 "결국 박 후보 진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을 회피하기보다 오히려 적극 활용해 긍정적 이미지를 박 후보에 투영시키는 메시지 확산에 성공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가령 "박정희는 적어도 한국에서 가장 작으며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허버트 험프리 미 부통령. #박근혜"가 244회의 리트윗을 기록하고,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박정희의 나라사랑은 그대로 박근혜에게 물려졌다"가 101회 기록하는 등 우호적 내용이 빈번하게 리트윗됐다.

'문재인'과 '노무현'이 함께 언급된 트윗은 전체의 5.2%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재인-노무현 동시 언급 트윗의 성향에서는 부정적인 내용이 452건에 8만8163회 리트윗되면서 90.1%를 기록했다. 긍정적인 트윗은 48건에 리트윗은 9678회를 기록, 9.9%에 그쳤다. 김 차장은 "박 후보 진영이 문 후보를 노무현 참여 정부의 실정 책임과 연결짓고,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책임' 'NLL(북방한계선) 포기' '실패한 참여정부 2인자' 같은 부정적 이슈를 적극 확산시킨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근혜=여성대통령, 문재인=서민

트위터상에서 두 후보 이미지도 대조적이었다. 접전 시기였던 11월 11일~12월 18일 동안 연관 검색어에서 박근혜에 관한 키워드는 '여성 대통령'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봐도 미래-행복-서민-여자-어머니-사랑-희망-원칙 등의 순으로 긍정적 이미지가 많았다. 독재·무식·친일·기득권·불통 등의 부정적 단어는 더 뒤로 처졌다.

문 후보는 '서민'이 압도적 1위였다. 그 뒤로 종북-과거-미래-선동-분노-말 바꾸기-눈물-감동-친노 등의 단어가 따랐다. 박 후보에 비해 뚜렷하게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다. 트위터 공간이 전체적으로 '야성(野性)'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양상은 두 후보 진영의 SNS 캠페인전의 결과로 풀이된다.

조국, 공지영을 비롯한 유명 폴리페서, 폴리테이너들의 '반 박근혜' '반 여당' 트윗이 기사 형태로 노출되며 'SNS를 대표하는 분위기'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언어와 주장이 매체에 노출되지 않은 채 흘러다니며 나름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