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허바드가 만든 '지구 종말 대비 대피소'.

마야인들이 지구 종말의 날로 예고한 오는 21일에 대비해, 가죽 소파와 PDP TV, 원목 마루까지 갖춘 고급 대피소가 유행이라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17일 보도했다.

고대 마야인들이 만든 5125년짜리 달력은 2012년 12월 21일까지만 제작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종말론자들은 지구가 21일에 종말할 것이라 믿고 있다. 2009년엔 이런 내용을 담은 할리우드 영화 '2012'도 만들어졌다.

미국인 론 허바드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12월 21일 지구 종말에 안전하게 대비하면서 대피소에서 유쾌하게 지내기 위한 목적으로 방폭(防爆) 대피소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대피소는 올해 동안 적게는 한달에 한개, 많게는 하루에 한 개꼴로 판매됐다.

허바드의 대피소는 각종 폭발물과 핵무기·화학무기로부터 내부를 안전하게 보호할 뿐 아니라 침실, 부엌, 취사실까지 갖췄다. 대피소는 개당 평균 약 8000만원에 판매됐다.

허바드는 마야인들이 예고한 지구 종말의 날이 나흘 밖에 남지 않아, 현재 뉴욕주와 인디애나주에서 대피소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허바드는 "곧 태양 표면의 대규모 폭발이나 방사선 피폭 등의 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대피소를 구입한 천체물리학자들이 많다"면서 "나도 곧 이 대피소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는가. 당신도 이런 대피소가 있다면 들어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지구 종말 대피소'의 내부 모습. 침대와 고급 소파, PDP TV, 취사 시설 등을 갖췄다.

그의 대피소는 46㎡ 부피의 원통형으로, 원형 단면의 지름은 약 3m, 높이는 약 15m다. 원통의 한쪽 끝에 안쪽에서만 열 수 있는 출입구가 있고, 출입구와 생활공간 사이에 오염물질을 보관하는 방이 있다.

허바드는 처음엔 자기 자신을 위해 대피소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00만 달러(10억 7350만원)에서 200만 달러 (21억4700만원)에 이르는 제작비용을 혼자 감당할 수 없어 판매도 하게 됐다. 대피소는 종말론자뿐 아니라 안전한 숙소가 필요한 사냥꾼이나 색다른 주말용 숙소를 원하던 이들이 사갔다고 한다.

허바드는 "대피소를 사가는 이들이 다 종말을 믿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화재보험에 가입하듯, 최악의 사태를 면하고 싶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경제위기나 그 밖의 위기에 대비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