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북한 안팎에선 "북한이 경제개혁에 돌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김정은이 지난 6월 28일 농업개혁 등의 내용을 담은 '신(新)경제관리개선조치'를 하달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가장 과감한 경제개혁을 시도한다는 것이었다.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을 해 뭔가 다를 것"이란 기대도 봇물 터지듯 나왔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경제개혁'의 움직임은 잡히지 않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4일 "김정은이 모종의 '경제개혁'을 시도한 것은 사실인데 당 정치국 원로들의 반대에 막혀 사실상 무산됐다"고 했다.

김정은 오락가락에 불만 고조

김정은은 당초 경제개혁 아이디어 제출을 독려하며 "시장경제든 자본주의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청진의 한 대학교수가 '중국식 농업개혁의 필요성'을 제안하자 반(反)혁명 분자로 몰아 처형해버렸다.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가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강력 처벌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보고하자 김정은도 "그따위 반동적 발언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짓뭉개 버리라"고 동조했다는 것이다. 이후 '경제개혁'을 입에 담는 사람이 사라졌다. 당·정·군 간부들은 이 같은 김정은의 '오락가락 지시'에 대해 "어린 아이가 현실을 모르고 설친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군·당·정부에 숙청 회오리

김정은은 새해 벽두부터 "장군님 상중(喪中)에 허튼짓을 한 놈들을 모두 제끼라(처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인민무력부 부부장(김철)을 비롯한 군부 고위 인사가 줄줄이 처형됐다. 지난 7월에는 북한군 최고위 인사인 리영호 전 총참모장을 전격 해임했다. 리영호 숙청은 김정일 시대에 온갖 이권사업을 빨아들이며 비대해진 군부를 손보기 위한 시도로 해석됐다. 리영호 숙청을 전후해 김정각(전 인민무력부장), 김영춘(〃), 우동측(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김정일 장례식 날(작년 12월 28일) 운구차를 호위한 '군부 4인방'은 현재 전원 숙청되거나 한직(閑職)으로 밀려났다.

김정은은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사위로 김정일과 '의형제' 사이였던 박명철 체육상을 해임하는 등 내각의 상(相·장관) 10명을 교체했다. 소식통은 "그만큼 28세의 김정은이 권력을 쥐고도 좌불안석이란 얘기"라고 했다.

평양 거리의 김정은, 부근엔 중화기 가방 든 사복 경호요원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10월 6일 평양의 만경대유희장을 시찰하고 있다. 뒤쪽에 사복 차림에 검은색 긴 가방을 든 경호 요원들이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이 가방 안에는 중화기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과 내각에선 눈치 보기와 복지부동이 번지고 있다. 지난달 안보 당국이 입수한 노동당의 간부교육용 내부 문건은 "일꾼들이 보신주의, 요령주의에 빠져 말로만 당 정책 관철을 외친다" "일부 일꾼들은 당 정책을 의문시하고 걸써(대수롭지 않게) 대한다" 등 기강해이가 극에 달한 간부들을 꾸짖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최근 김정은이 보위부, 보안부(경찰) 등 공안기관을 수시로 찾아 격려하며 "불순분자들을 짓뭉개버리라"고 지시한 것은 이런 세태를 겨냥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최근 "나의 경호 보장 사업에 첫째가는 주의를 돌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북한 전역의 관저와 특각 등 김정은 전용시설 30여곳에 장갑차 100여대가 배치되고, 김정은 주변에는 항상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 중무장한 경호병력과 함께 사복 차림의 호위요원들이 배치되고 있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철권통치를 휘둘러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내부 결속과 국면 전환을 이루기 위한 카드를 고민했을 것"이라며 "그 카드가 미사일 발사였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