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나온 서울 강남이 어딘지 좀 보려고 페이스북 지도로 강남을 찾았더니 아무것도 없던데…. 서울도 아니라고 나오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오모(24)씨는 최근 배낭여행 때 알게 된 네덜란드 친구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놀란 오씨는 네덜란드 친구의 말대로 페이스북 지도를 찾아봤고, 강남이 허허벌판으로 표시된 것을 확인했다. 방배동 자신의 집에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올리면 '경기도 과천시'라고 뜨기도 했다. 오씨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SNS서비스에서 이렇게 보인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지도 ‘빙맵’에 나타난 서울시내의 모습. 허허벌판이다. 잠실이 1971년 송파강 매립 이전의 섬으로 나와 있다. 난지도 역시 매립 이전의 모습이다.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한강 다리는 8개뿐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직장에 다니는 이모(34)씨는 "글을 올릴 때마다 내 위치가 '안양'으로 안내돼서 당혹스럽다"고 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에 따르면 이 밖에도 양천구에서는 '경기도 광명', 강서구에서는 '경기도 부천', 광진구에서는 '경기도 구리'로 위치가 뜬다. 최근엔 서해 5도 지역이 북한 '황해도'로 표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페이스북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지도 서비스 빙맵(Bing Map)을 사용해 위치를 안내한다. 문제는 빙맵 한국 지도가 1960년 이전 미군이 쓰던 지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국MS 관계자는 "현행 한국의 법규가 지도의 해외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한국 지도들을 짜깁기해서 지도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행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975년부터 안보상의 이유로 국내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해양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지금껏 반출을 승인받은 곳은 없다"면서 "사실상 반출 승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7년 전 만들어진 법 규정 때문에 인터넷 시대에 글로벌 포털 사이트나 SNS에서는 우리 지도가 60년대 수준으로 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지도를 보면, 서울 시내 거의 전역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표시된다. 서울 잠실은 1971년 송파강 매립 이전의 '섬'이며, 올림픽대로·강변북로 등 주요 도로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 서울 권역에만 25개인 한강 교량도 8개만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지하철역·관공서·대학 등 주요 건물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반면, 일본 도쿄는 동네 골목길까지 상세하게 나와있다. 도쿄시내 도로·지하철·공원·학교 등 모든 시설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최근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영토·영해 문제 같은 민감한 사항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오류대응 전담팀을 가동, 해당 기업에 지속적으로 정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MS는 물론, 구글·애플과 지도문제와 관련한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에 지도 반출을 요청했다가 수년간 거절당했다는 구글코리아는 고육지책으로 국내에 서버를 마련하고 2008년부터 뒤늦게 한국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되는 구글맵 내비게이션이 한국에서만 동작하지 않아 외국인들이 불편을 호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