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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13가지 질문

잭 보언 지음|하정임 옮김 | 다른|576쪽|2만2000원

"테레사 수녀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야."

본문 속의 노인은 대개 이런 식의 질문으로 도발한다. "다른 사람을 돕고 나면 얼마나 뿌듯한지 생각해 봐. 그뿐 아냐. 그녀의 이름은 죽지 않고 영원히 기억될 거야.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은 곳에서 바라는 세속적 불멸성을 얻은 거지. 그녀는 영원불멸의 천국에 갔을 텐데, 몇십 년간의 노력은 영원한 축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니? 어떤 사람이 이보다 더 이기적일 수 있을까?"

듣고 있던 소년의 어깨가 처진다. "우울한 얘기네요." 노인은 논리의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인간은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의 어떤 것도 기대해선 안 돼.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도 우리는 어느 것이 나의 자아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 보니 말이야."

깨보면 꿈이다. 호기심 절정의 나이, 열네 살의 주인공은 밤마다 이런 꿈의 여행을 떠난다. 정체불명 노인을 따라 시공을 초월해 세상 안팎을 드나들며 이런 궁극의 문답을 주고받는다. 그때마다 궁금증은 복어 모양으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꿈에서 깬 후엔 엄마·아빠와 대화를 이어간다. 밤새 이월됐던 고민이 뒤늦게 풀리기도 하고 간신히 실마리를 찾았던 문제가 다시 미궁에 빠지기도 한다. 지식의 확실성부터 신과 선악의 문제, 자유의지와 이기심, 정치와 돈, 윤리적 딜레마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난제들이다.

◇말의 모호성이 문제를 낳는다

'정말 모든 행동이 이기적일까?' 고민에 빠진 아들에게 아빠가 다가간다. "네 생각은 우울한 생각일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부정확해. '모든 것이 이기적'인 경우란 있을 수 없어. 단어를 그렇게 포괄적으로 사용하면 그 말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하게 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내일도 태양이 뜰 거라 확신하는 근거는?’‘꼭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저자는 이런 질문들이‘틀 밖에서’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말한다.

아빠는 프로이트 이론을 예로 든다. "이건 어떻게 해도 틀릴 수가 없는 이론이야. 가령 아빠가 물에 빠진 것을 본 소년이 있다고 치자. 소년이 아빠를 구하지 않으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때문이라며 프로이트 이론이 맞는다고 하겠지. 하지만 소년이 아빠를 구한다 해도 이 역시 '이드'를 누르고 '초자아'가 이겼다며 프로이트 이론이 옳았다고 할 수 있어. 이 경우엔 반증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기준도 없어.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론은 뭔가를 예측할 수도 없겠지."

그제야 아이는 철학적 딜레마의 상당 부분이 말의 모호함에서 나온다는 깨달음에 이른다. "논리가 타당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언어 때문이라고. 모호한 것은 세계가 아니라 세계에 대해 말하는 우리의 방식이란 말이지."

◇정부의 과세와 지원은 옳은가

정의의 문제도 이 논리와 저 논리가 부딪힌다. 정부가 세금으로 예술가를 돕는 것은 옳은가. 아들은 엄마와 논쟁한다. "예술은 인간과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줘요. 그러니 정부가 예술가를 후원하는 건 좋은 일이에요."

엄마가 묻는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소비자)이 예술에 돈을 내고 있는데 정부가 왜 후원해야 하지? 가령 인기 있는 밴드는 정부 도움이 필요 없을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반대로 정부가 세금으로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지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아닐까?"

아들은 그래도 '가난한 예술인'을 걱정한다. "아무도 사려 하지 않는 음악이 실제로는 더 좋은 것이라면 어떡해요?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하면 새로운 걸 시도해 보려는 의욕이 사라질 거예요."

엄마는 좀 더 불편한 질문으로 내몬다. "그러면 후원해야 할 예술과 예술가는 누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어떤 예술이 다른 예술보다 더 좋다는 것을 너라면 어떻게 설명하겠니?"

13개 장이 다 이런 식이다. 확정적인 답은 없다.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것들을 들추고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난 네 질문에 답을 줄 수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네가 조만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는 건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10대 소년의 환상적인 지적 모험이란 점에서는 '해리 포터'를, 현실과 꿈, 가상세계가 오버랩되는 구조라는 점에서는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철학 입문서. 주인공이 열네 살이라고 해서 청소년용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이상 연령대도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철학은 그 어떤 물음에 대한 답을 뜻하는 명사가 아니라 끝없이 의심하고 되묻는 진행형의 동사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