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은하 3호'발사 성공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한·미 양국의 대북(對北)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핵+ICBM'을 동시에 갖춘 이상, 대북 정책의 패러다임을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는 정책 폐기해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한 미국의 대응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을 고립시키고, 북한이 저지른 행동에 대가를 치르도록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은 이전의 로켓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통한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는 이 같은 압박정책을 추진할 때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포기할 가능성은 0%라는 전제하에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지원을 하는 '비핵·개방 3000' 정책을 추진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대화와 협력을 늘리는 햇볕정책을 통해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야망을 포기시키려고 했다. 모두 북한이 핵,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추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정책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만 낳았다.

국립외교원의 윤덕민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정권의 안전판으로 핵물질과 ICBM 기술을 확보한 이상, 기존의 협상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에 근무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하면 북한은 미국의 비(非)우방국 중 핵무기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모두 가진 유일한 사례가 됐다. 북한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6자회담 재개식 해법 벗어나야"

지금까지 미국이 불량국가에 가하는 압박은 대체로 '유엔을 통한 경제 제재'→'독자적인 경제 제재'→'군사 공격'순으로 이뤄졌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당분간은 경제 제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경제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북한에 대해 '군사공격'카드를 쓰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핵탄두 소형화와 완벽한 ICBM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며 "우선 중국을 최대한 끌어들여서 북한이 상황을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북한에 맞서기 위해 미사일 기술을 대폭 늘려나가면서 국제적인 공조를 강화해서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진 이상 이제는 6자회담을 재개해서 뭘 하자는 식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며 "19일 차기 대통령이 확정되는 대로 주변국과의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