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최근 TV 토론 등에서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놓고 서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와 이명박 정부, 문 후보와 노무현 정부 간 경제정책에는 유사성이 많지만 차이점도 적잖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일보가 한국정책학회 오철호·우윤석 숭실대 교수와 장현주 한국외국어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노무현·이명박 정부와 박·문 후보의 주요 경제 민주화 정책을 비교·평가한 결과 15개 비교 항목 중에서 박 후보와 이명박 정부는 10개가 유사하고 5개가 차이 났다. 문 후보와 노무현 정부는 8개가 유사하고 6개는 차이가 났으며 1개는 차별성을 따지기 힘들었다.

박 후보는 소비자·중소기업 보호 등에선 현 정부와 입장이 같았지만 대기업 규제 방향은 입장이 달랐다. 현 정부는 임기 초반 대기업 규제를 완화했지만 임기 중반에는 '공정(公正) 사회'를 내걸어 중소기업·소비자 보호를 강화했다.

박 후보도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과 집단소송제, 연기금 의결권 행사, 대형 마트 규제 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또 소득세·법인세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감세(感稅) 기조를 일단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후보는 신규 순환 출자 금지, 금산 분리 강화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 정부와 차별화한 것이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재벌 개혁 기조를 이어갔지만 각론에선 적잖은 차이가 났다. 노무현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는 완화하고 금산 분리는 강화하는 등 재벌 규제에 일관성이 없었다. 또 임기 초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계열분리청구제' 등을 검토했지만 실제 도입하진 않았다.

이에 반해 문 후보는 출총제를 부활·강화하고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계열분리청구제는 공약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폐지했던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노무현 정부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내렸지만 문 후보는 '수퍼 부자' 증세를 내세워 법인세·소득세를 올리겠다는 방향이다.

박 후보와 이명박 정부 간 정책적 유사성이 문 후보와 노무현 정부보다 더 많게 나타난 것은 이명박 정부가 2010년부터 경제 민주화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동반 성장 정책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문 후보의 일부 정책도 현 정부와 방향이 비슷했다. 문 후보의 정책은 노무현 정부와 8개가 유사했지만 이명박 정부와도 7개가 유사했다.

오철호 교수는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 비해 강한 재벌 규제책을,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보다 폭넓은 경제 민주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