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광진경찰서는 대학생 140여명을 속여서 4억6000만원을 뜯어낸 다단계 업체를 적발했다. 이들에게 속아 피해를 본 대학생의 90%는 휴학생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2010년부터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에서 합숙을 하며 불법 다단계 판매를 하던 5000여명 대부분도 20대 휴학생이었다. 이들은 "좋은 회사에 취직시켜주겠다" "월 1000만원 이상 벌게 해주겠다" 등의 말에 속아 돈을 뜯기고 합숙까지 하면서 다단계 교육을 받았다. 예전에는 다단계 사기가 주로 주부나 은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제는 대학생, 특히 돈이 궁한 휴학생을 노리고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다단계 사기범들은 주로 지방대 학생들을 노렸다. 이들을 상대로 "방송국이나 리조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꼬드긴 뒤 서울에서 합숙을 강요하며 커피, 치약 등 수백만원어치 물건을 강제로 사게 했다. 빚을 진 대학생들은 좁은 방에서 합숙하면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면서 물건을 팔았지만, 이들 중 실제로 돈을 번 사람은 없었다.

지난 9월 경찰에 적발된 서울 광진구의 한 다단계 회사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지인을 다단계 판매에 끌어들이는 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올라왔다.

특히 휴학생은 다단계 사기범들의 좋은 타깃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세상 물정에 약하고 경제관념도 부족한 휴학생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며 "대학생들이 돈을 벌려고 휴학했다가 오히려 빚을 지고 그 돈을 갚기 위해 휴학을 연장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휴학생을 노려서 범행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3~4개월 전부터 휴학생들을 노려 매일 전화하면서 친분을 쌓게 한 뒤 다단계 업체로 유인하는 식이다. 이렇게 걸려든 피해자는 속아서 물건을 사고 빚이 생기게 되면, 그 빚을 갚기 위해 주변의 다른 휴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 피해자들을 포섭하는 사람들도 살펴보면 대학생이거나 휴학생"이라며 "이들도 자신이 진 빚을 갚고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을 피해자로 삼는데 이렇게 깊숙이 빠져든 경우는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단계 사기에 걸려들어서 휴학생이 되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 A씨가 이런 경우다. 충남에서 대학을 다니는 A씨는 "방학 때 할 수 있는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가 서울에 왔다가 다단계 사기에 걸려든 뒤 휴학까지 해야 했다. 200만원어치의 물건을 억지로 산 뒤 이를 갚기 위해 합숙하면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양대 경찰행정학과 염건령 교수는 "1990년대에 주부를 주 대상으로 보험이나 정수기 판매원 다단계 사기가 극성을 부렸는데 이제는 청년실업이나 등록금 문제를 고민하는 휴학생들에게로 전이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천자토론] '휴학생 100만명 시대' 원인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