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35, 본명 박재상)는 동영상(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전 세계 음악계를 평정했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태반은 이동 시간 내내 '스마트폰 들여다보기'로 소일놀이한다. 국립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는 통신기기를 활용한 지식 흡수가 보편화되기 훨씬 전부터 원격 수업을 진행해 왔다. 올해로 개교 40주년을 맞는 방송대는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란 경쟁력을 발판 삼아 △학업에 대한 열망은 넘치지만 직장 생활 등 현실 여건 상 여유가 없는 사람 △이미 학위를 소지하고 있지만 늘 새로운 학문을 갈망하는 사람의 지식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반면, 바로 그 점 때문에 '방송대는 만학도용 대학'이란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대 캠퍼스엔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 한복판엔 10·20대 재학생이 있다. 올해만 해도 신입생의 약 30%가 20대 이하 연령의 젊은이였다. △평균 등록금이 일반 사립대의 10%에 불과한 데다 △원격 수업의 특성상 학업 일정이 유연하고 △그러면서도 철저한 학사관리로 높은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방송대에 주목하는 '실속파' 젊은이가 늘고 있는 것. 지난 1일, '젊은 방송대'를 이끄는 재학생 5명을 만나 물었다. "당신은 왜 방송대를 선택했습니까?"

국립한국방송통신대 재학생 홍보단으로 활동 중인 5명이 학교 캐치프레이즈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왼쪽부터)김다정·이석희·김민채·김효진·손정구씨.

◇지인·친척… '다녀본 사람' 이 추천하는 대학

이석희(28, 경제학과 1년)씨는 지인의 권유로 방송대에 입학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군에 입대했던 그는 한동안 주식 공부에 빠져들며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군 제대 후 직장에 다니며 일명 '3대 금융 자격증(증권투자상담사·펀드투자상담사·파생상품투자상담사)' 취득 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직장 상사의 권유로 방송대를 알게 됐다. '경제학을 전공하며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선뜻 방송대에 입학한 그는 요즘 교내 학생 홍보단을 이끄는 팀장으로 맹활약하며 캠퍼스 생활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그는 "방송대는 다른 원격대학과 달리 학과 동기 간 교류가 활발해 서로 더 자극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고 자랑했다.

김다정(27, 일본학과 2년)씨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우연찮은 기회에 관광업에 흥미를 느껴 졸업 후 관련 분야 취업에 도전했지만 서류 심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관광과 무관한) 전공 문제일까?' 고민하던 김씨의 머릿속에 문득 지금은 고인이 된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지난 2001년 방송대에 입학한 김씨의 할아버지는 당시 최고령 입학생으로 유명세를 탔다. "'간절한 꿈과 의지만 있다면 늦은 도전이란 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셨던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방송대를 선택했습니다. 지금요? '진작 올 걸'이라고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워요."

◇"깐깐한 학사 일정 좇다보면 공부 절로 돼요"

방송대 학사 관리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학기 중 최소 이삼 일은 오프라인 캠퍼스에 출석해야 하고 모든 시험은 고사장에서 치러진다. 김민채(21, 경영학과 3년)씨에 따르면 방송대는 '자기주도학습이 절로 유도되는 대학'이다. "TV 다큐멘터리 '3일'(KBS2) 아시죠? 방송대엔 거기 등장하고도 남을 인물이 수두룩해요. 일과 가정을 돌보며 공부까지 열심히 하는 동기들을 보며 늘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경북 영덕에서 공중보건의로 군 복무 중인 손정구(28, 경제학과 3년)씨 역시 방송대의 최대 장점으로 '양질의 교육'을 꼽았다. "근무지가 농촌이어서 농번기를 제외하면 환자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에요.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공부를 더 하고 싶었죠. 방송대는 별도 출판부를 운영 중인 데다 교재도 매년 업데이트되더군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란 인상을 받아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김효진(29, 가정학과 2년)씨를 비롯, 취재에 응한 5명은 "'재학생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학습 환경'이야말로 방송대의 최대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탄탄한 동문 네트워크에서부터 깐깐한 학사관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방송대엔 재학생의 학구열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다"며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전공뿐 아니라 인접 학문 공부까지 찾아서 하게 돼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