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외수(66)가 나타난 것은 약속시간 30분이 지나서였다. 11월 29일 오후 2시 30분. 보통 정오 지나 하루를 시작하는데, 이날은 기상이 더 늦었다고 했다. 아내가 빗어줬다는 머리가 등줄기를 따라 치렁거렸다.

강원도 화천의 이외수 문학관까지 찾아간 이유는 그가 상금 1억원의 '이외수 문학상'(대상㈜ 후원)을 만들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생존작가의 문학관도 드물지만, 생존작가의 실명이 들어간 문학상은 더군다나 유례없는 일. 게다가 팔로워 150만명의 이 '트위터 권력'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문재인 양쪽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한 애매한 처세로 논란을 부르고 있다. 트위터 세상에서 주류 문화권력으로 등극한 그의 욕망 혹은 자의식이 궁금했다. 비판적 인터뷰임을 전제하자, 그는 웃으며 "공격적 인터뷰인 것 같으니 일단 웃통부터 벗어야겠다"면서 브라운 코트를 벗었다.

이외수는“연세 있으신 작가들이 독자로부터 외면받거나 독자 수가 줄면 의기소침해 한다”면서“다행히 내 문학은 또 써도 된다는 자신감을 내게 줬다”고 했다.

―'이외수 문학상'부터 물어보자. 좋게 말하면 낯설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과 치기로 보이는데.

"우리나라 문학상은 모두 작고 문인 이름이 붙어 있다. 생존 작가 상이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솔직히 문단에서 나는 이단아 취급받았지 않나. 받았는지, 자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게 이외수다운 게 아닐까 생각했다."

―다른 작가들이 사양했다면 어떤 겸양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을까.

"예술에 무슨 겸양이 있겠는가. 대통령도 도덕 안 따지고 돈 따지는 마당에 예술가가 무슨 겸양. 지금까지 비극적으로 살아온 것만도 인생 자체가 겸양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다른 작가들은 왜 겸양했을까.

"그분들은 겸양이 문학을 초월한다고 생각했겠지."

―자기 이름이 들어가면 그 상이 거꾸로 작가의 문학을 제한하기도 한다. 게다가 선생은 아직 현역 아닌가.

"나를 규정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게 존재하겠는가. 일흔 가까운 나이에 트위터 활동하는 것 자체가 고정관념의 탈피다. 관념의 잣대보다 이해의 잣대로 봐 달라."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결국 이외수 세속적 욕망의 투사가 아닌가.

"소망이 투여됐다고 해 달라. 욕망은 자기만 잘 되자는 거고, 소망은 나도 잘되고 남도 잘 되자는 거니까. 문학으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총대는 내가 멘다. 모험하는 기분으로."

한 문학평론가가 말했던 '타락한 신선'이란 비유가 떠올랐다. 그의 문학은 풍류도를 바탕으로 한 구원의 세계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작가는 세속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트위터 단문 모음집에 가까운 산문집 몇 권을 제외하면, 그의 창작 소설은 2005년 '장외 인간'이 마지막이었다.

―각종 행사나 트위터에만 전념하니 신작이 늦어지는 것 아닌가.

"오히려 트위터 때문에 살코기만 발라내는 능력을 얻었다. 나는 트위터를 습작 공간으로 삼아 문장을 갈고 닦는다."

―올해가 등단 40주년이다. 아직도 습작 훈련이라니.

"기술적인 훈련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훈련이라는 뜻이다. 가령 얼마 전에 이런 트윗을 올렸다. '보잘것없는 이쑤시개도 본래는 한 그루 나무였습니다.' 모든 문장을 이렇게 쓰기는 힘들다. 이런 문장으로 점철된 소설을 펼쳐보이고 싶은 것이다."

―잠언의 연속인 소설을 쓰고 싶은 건가.

"시적 감성, 문학적 감성이 뛰어난 소설을 쓰고 싶은 거라고 써 달라."

―선생의 한 선배 소설가는 트윗을 '장풍 날리기'에 비유하던데. 긴 글과 깊은 상념을 방해한다고.

"난 방해 안 되더라. 그리고 작가로서 제일 소중한 것은, 내 작품 읽은 독자를 만나는 일이다. 지난 10월 집계를 내 보니 한 달 동안 4386명이 문학관에 다녀갔다. 내게는 무엇보다 뜨거운 감동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화천군이 지어준 문학관도, ㈜대상이 후원하는 문학상도. 예술가라는 자유로운 영혼에게는 일종의 빚이자 부담이 아니겠는가.

"창작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때는 당장 보따리 싸겠다. 믿어 달라."

일본의 노벨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77)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2006년 제정한 오에 겐자부로 문학상이라는 게 있다. 상금이 한 푼도 없고 대신 유럽으로의 번역·출판을 보장한다. '이외수 문학상'과 달리, '오에 겐자부로 문학상'의 심사위원은 오에 겐자부로 한 명. 그런데도 일본의 젊은 작가에게는 '권위'와 '명예'의 상징이다. 국내 유일의 생존작가 문학상인 '이외수 문학상'이 앞으로 어떤 권위를 갖게 될지는 전적으로 작가 이외수에게 달려 있다.

[이외수 문학상은…]

정확한 명칭은 '청정원과 함께 하는 이외수 문학상'. 분야는 중편 소설(200자 원고지 400매 안팎)이며 대상㈜이 후원하는 상금은 1억원. 응모 접수는 사단법인 격외문원(gyeokoimoonwon.com).

우편 접수도 가능하다. 마감은 2013년 2월 19일. (033)441-1253 www.daes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