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아동보호기관에 신고된 5살짜리 피학대 아동의 뒷모습. ‘말을 안 듣는다’며 친모가 몽둥이로 때려 아이의 엉덩이와 등 전체에 멍이 들어 있다.

'주남저수지 아동 유기 사건'처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학대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만 0~5세에 해당하는 영·유아 대상 학대는 2008년 754건에서 2012년 10월 현재 1104건으로 5년간 350건, 약 46%가 늘었다. 올해 발생한 미성년자 학대 중 영·유아 대상 학대 비율은 전체 학대의 26%로 5년 전보다 9%포인트가 증가했다. 영아 학대 가해자는 친부모가 90%였다.

영·유아 학대가 늘어나는 데는 이혼 등의 가정 해체, 한 부모, 미혼 가정 등 새로운 가정 형태의 증가, 사회적·경제적 고립 상태로 인한 스트레스, 양육 지식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재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영·유아는 대체로 집에 머물며 의사표현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학대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지 않아 실제 발생하는 학대는 신고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아동보호기관에 최근 접수된 사례들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지난 10월 충남 천안의 한 주택가. 남편이 가출해 한 살짜리 딸 수진(가명)이를 혼자 키워오던 친어머니는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얼굴과 엉덩이를 프라이팬과 뒤집개로 마구 때렸다. 끊이지 않는 아이의 울음에 이웃 주민이 신고해 폭행은 중단됐다. 응급실에 실려간 아이는 온몸이 멍으로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경기도에 사는 혜민(가명)이는 태어나면서부터 3년이나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려 왔다. 경제적 문제로 힘들어하던 아버지는 혜민이가 울 때마다 주먹으로 온몸을 마구 때렸고, 머리를 잡아 벽에 찧었다. 어머니가 말리려 하면 더 심하게 때렸다. 결국 지난 9월 어머니가 신고해 학대 사실이 발각됐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아동 학대의 상당수가 숨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인 만큼 집에서 학대가 몇년이나 이어진 후에야 발각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예방 접종 등을 위해 보건소나 병원에 온 영·유아에게 학대 흔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감시하는 절차를 의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자토론] 영·유아 학대, 늘어나는 이유와 해결책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