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과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인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한밤중에 격돌하더니, 평검사들은 물론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간부들까지 몰려다니며 검찰총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사퇴를 거부하다가 결국 30일 검찰 자체 개혁안과 대(對)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사표를 내기로 했다.
검찰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1차 원인은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자기 보호에만 치중해온 탓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안 중 하나로 거론한 중수부 폐지에 최재경 중수부장이 반대한다고 해서 중수부장을 감찰하도록 했다는 말이 나온 것부터가 그렇다. 중수부 폐지 여부는 검찰 개혁의 가장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정권 핵심이 관련된 권력형 비리를 어물어물 넘겨 정권의 앞잡이 역할을 해온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고위 공직자와 대기업 비리를 수사하려면 중수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중수부 폐지 여부는 이런 상반된 의견을 놓고 검찰 안팎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도 검찰총장은 검찰 내부의 의견조차 통일하지 못한 상태에서 뭔가 보여주려는 듯 중수부 폐지를 밀어붙이려 했다.
검찰총장이 대검 감찰본부에 중수부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한 뒤 곧바로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감찰을 비공개로 진행한 뒤 중대한 비위(非違)가 드러나면 징계위원회에 넘기면서 공개해왔다. 한 총장은 감찰이라는 내부 윤리 확보 절차를 반대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최 중수부장은 감찰을 받게 된 것에 대해 나름대로 자기 입장을 해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는 해명 수준을 넘어 그동안 검찰 개혁 방안을 놓고 검찰총장과 빚어온 갈등과 알력까지 폭로해 버렸다. 그의 행동은 검찰 조직 내의 질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중수부장으로 있는 동안 중수부가 폐지될 경우 자기 개인 명성에 미칠 영향만 생각한 것으로 비친다.
검찰은 현직 검사의 10억원 뇌물수수 사건과 성 추문 사건이 터진 뒤 사태 수습 방향을 놓고 허둥댔다. 평검사들은 몰려다니며 회의를 열고 수뇌부 퇴진과 자체 개혁안 마련을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그나마 한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강력한 개혁을 주장했다가 나중에 '그냥 개혁하는 척 보이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검사들이 진심으로 개혁을 고민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검찰이 지리멸렬에 빠졌는데도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는 아무런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법무부가 앞장서야 할 검찰 개혁안 마련을 검찰에만 맡긴 채 두 손 놓고 있었던 것도 이번 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다.
국민은 검찰에서 누가 더 잘 하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국민 눈에는 검찰총장과 고위 간부들부터 평검사까지 조직 전체가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각오는 없이 그저 나만 살겠다는 몸부림에 빠져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검찰이 이러니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은 비아냥과 한숨 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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