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미국이 진행했던 교육원조사업이다. 1954년부터 7년여에 걸쳐 226명의 의학과 농업, 공업분야의 서울대 교수요원이 미국 미네소타대학을 방문, 장단기 연수과정에 참여했다. 특히 77명의 교수가 참여했던 의학 분야의 성과는 놀라웠다. 당시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젊은 의사들은 모두 우리나라 현대의학 1세대 지도자로 성장했다.

박사논문을 통해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재조명한 이왕준 관동대 명지병원 이사장(사진)은 "좋은 원조에 대한 고민을 풀어줄 교과서가 될 것"이라며 "원조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내가 미국에 가기 전에는 백혈병 걸리면 무조건 죽는 거였어요. 그런데 미국에 가보니까 적잖은 환자를 살려내더라고요. 그걸 배워 갖고 와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백혈병 환자를 치료했죠. 죽는 아이들이 살아나기 시작한 거예요."('미네소타 프로젝트가 한국 의학교육에 미친 영향' 논문 녹취록(홍창의 교수) 중에서)

이 프로젝트가 가져온 변화는 컸다. 일본식의 이론 중심에서 미국식의 실용적인 임상 중심의 교육으로 큰 틀이 바뀌었다.이 이사장은 "병원에 소독실이 만들어지고, 환자들에게 통일된 환자복을 지급하는 등 현재 의료 시스템 중 80%는 그때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비결은 '사람의 힘'. 전 세계 90개 나라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이지만, 우리나라 연수생들의 열정과 애국심이 성패를 갈랐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대부분 절반 정도가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데, 우리나라 의대 교수들은 77명 중 3명만이 미국에 남았다"면서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조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배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의료인들이 모이는 학회에서 선진 교육법을 공유하거나 서울대 출신 교수들이 가톨릭대, 한양대, 경희대 의대 등으로 투입되면서 1960년대 선진 기법이 전국으로 빠르게 전파됐다"며 "리더를 키우고, 그 리더를 통해서 시스템과 문화가 들어가야 정책이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또한 '한국판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팔에 의료 지원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7년째다. "처음 네팔에 갔을 때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네팔 GDP가 300불인데 미네소타 프로젝트 당시 우리나라가 50불 정도였죠. 바로 그해부터 네팔의 의사들을 데려다가 초청 연수를 시작했어요. 우리의 경험을 전 세계가 경험할 수 있게 도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