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사태 중재를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0일 예루살렘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휴전(休戰)이 불투명해졌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 중인 양측은 한때 타결에 근접했으나 20일(현지 시각) 하마스 측이 "이스라엘 탓에 21일까지는 정전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문을 박차고 나와 일단 결렬됐다. 양측은 핵심 쟁점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놓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휴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이 재개돼 21일까지 팔레스타인 민간인 등 134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3명이 20일 차를 타고 가던 중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현지 방송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들이 하마스와 연계됐다며 표적 공습이었음을 시인했다.

20일에 이어 21일 가자지구 내 AFP통신 입주 건물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어른 1명이 다쳤다고 AFP가 전했다. 이스라엘 경제 수도 텔아비브의 국방부 청사 인근 거리에서는 21일 낮 12시쯤 원인 불명의 버스 폭발로 승객 11명이 부상했다. 모함마드 알리 자라피 이란 장군은 "하마스 측에 장거리 로켓 생산기술을 지원했다"면서 하마스에 대한 군사지원을 해왔음을 21일 공식 시인했다.

이스라엘이 교전을 끌고 가는 것은 내년 1월 총선을 앞둔 강경보수 집권 세력의 국면 전환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AP통신과 가디언 등 서구 언론도 "가자 공격의 배경은 이스라엘 총선"이라고 지적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013년 11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내년 1월로 앞당기겠다고 지난 10월 선언했다. 양극화와 장기실업, 물가폭등 같은 사회 문제와 이란의 핵개발 저지 실패를 놓고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네타냐후는 최대 정적(政敵)인 야권의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가 정계 복귀를 선언한 지난 14일 가자지구 공습을 개시했다.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 엘리 이샤이 부총리는 20일 "가자를 중세시대로 되돌려놔야 한다. 그래야 이스라엘이 40년간 조용하다"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중동의 적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에서 '전쟁'은 선거 캠페인의 주요 공식이다. 1955·1961·1981·1996·2009년 팔레스타인 공습, 1981년 이라크 원자로 폭격, 1996년 레바논 헤즈볼라 공격은 모두 총선 직전 벌어졌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의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 지지율은 각각 55%와 52%로 공습 전보다 20%포인트 급등했다. 그러나 전면전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거부감 때문에 네타냐후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동의 맹주 이집트는 사태를 전환시킬 외부 요인으로 꼽힌다. 무슬림형제단 세력이 집권한 현 이집트 정부는 과거 친미정권보다는 무장 정파 하마스에 좀 더 온정적이다.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20일 중동에 급파했지만 적극 개입 가능성은 크지 않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오바마 대통령이 교전 일주일 만에 클린턴 장관을 보낸 것은 휴전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