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출산그림’을 그려 파문을 일으킨 미술가 홍성담씨는 20일 그림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지지자 중 일부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신격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신격화라는 것은 절대명령에 대한 절대복종이고, 지지자의 자기 주체의식이 상실된 상태다. 그 위험성을 풍자그림으로 비판해 봐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씨는 논란이 된 그림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에서 박 후보가 왼쪽 팔에 링거를 꽂고 환자복을 입은 채 다리를 벌리고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을 그렸다. 수술대 밑에는 ‘수첩’이 떨어져 있다. 박 후보 바로 앞에 선 간호사는 흰색 마스크를 쓰고 탯줄이 달린 신생아를 두 손으로 들어 박 후보에게 보여주는데, 신생아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썼다. 간호사 뒤 의사는 신생아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 의사는 MBC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의사다운 의사’로 그려진 최인혁이란 캐릭터다.

홍성담_'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19일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거센 반응을 보였다.

인터뷰에서 홍씨는 “정치인은 연예인과 다르다. 그래서 정치인에 대한 광적 지지는 오히려 병폐를 낳는다”며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걸 묘사하기 위해 출산하는 장면을 그렸다. 인간만의 성스러운 출산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홍씨는 ‘아이 얼굴에 선글라스를 끼운 이유’에 대해선 “선글라스를 끼울 수도 있고, 손에 총을 쥐게 할 수도 있고, 때로는 군화를 신겨놓을 수도 있다”면서 “그건 일종의 여러 가지 상징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다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에게 수치심을 준다’는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의 비판에 대해선 “출산 장면을 통해 당시 부조리한 사회상에 대한 풍자와 조소와 야유를 던지는 것으로, 결국 하나의 미학의 소재일 뿐”이라며 “이들의 비판은 충성 경쟁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이 분만대 위에 올라가는데, 분만대 위에 올라가서 아기를 출산하는 성스러운 과정을 자꾸 저렇게 비하한다고 하는 건 자기들 스스로 비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씨는 “(새누리당의 ‘괴벨스 같다’는 주장은) 괴벨스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박정희 독재시대 때 국민교육헌장을 줄줄 외웠다. 특히 구국여성봉사단이라든가 새마을운동 등도 괴벨스의 선동 운동을 흉내 낸 것”이라며 “예술가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그렸어도 일단 이것이 전시장에 발표되면 보는 사람들은 예술로 봐야 하고, 미학적 판단기준을 확실히 갖고 분석을 해 줘야 한다. 자꾸만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그렇게 폄하를 하면 모든 예술가들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씨는 새누리당 측의 ‘법적 조치’ 주장과 관련, “내 주변 변호사들 조력 없이 저 혼자 싸워도 표현의 자유를 지킬 수 있다. 만약 법적 대응을 해서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국적 포기소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찬반토론] 박근혜 후보의 '출산 그림'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