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쟁 포기와 공격을 위한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제9조의 개정 여부를 물은 일본 도쿄신문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46.2%로 반대 35.1%보다 높았다. 2010년 5월 아사히신문의 조사에선 개정 반대가 67%, 찬성이 24%였다.

헌법 9조 개정에 대한 일본 여론이 급변한 배경에는 일본 경제가 20년째 불황에 빠져 있는 가운데 최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를 둘러싸고 중국과 해양 분쟁이 격화되면서 일본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극우 정치인들은 이런 국민 정서로 민족주의 감정을 불붙여 헌법을 개정해 본격적으로 재무장(再武裝)의 길로 들어서려 하고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그런 흐름을 대표하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다. 두 사람은 최근 자신들이 창당한 '태양의 당'과 '일본 유신회'를 합치기로 했다. 이시하라는 현재 야당인 자민당이 다음 총선에서 과반 의석에 못 미치는 제1당이 될 경우 연정(聯政) 조건으로 총리직을 요구할 계획이다.

자민당의 아베 총재는 헌법 개정안 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각각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에서 '재적 2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완화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양원(兩院)의 발의를 거쳐 국민투표에서 총 유효 투표권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베는 직접 평화 헌법의 핵심을 건드릴 경우 정치권과 일반 국민의 반대 여론이 거세질 테니 먼저 헌법 개정 절차를 쉽게 만들어 놓고 때를 기다려 헌법 9조를 삭제하거나 개정하겠다는 계산이다.

집권 민주당은 현재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자민당과 이시하라·하시모토 연합이 손을 잡아도 당장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 확보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노다 정부 역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신문 광고를 내고 일본군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인하는 등 우경화(右傾化) 바람에 편승(便乘)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중국과의 영토 분쟁이 어느 선을 넘게 되면 민주당까지 포함한 대연정(大聯政) 구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쉽게 헌법 개정에 필요한 정족수를 확보하게 된다.

일본이 GDP 규모에서 중국에 추월당하며 그 위상이 저하되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제3위의 경제 대국이다. 일본은 중국과의 국력 경쟁에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해 동북아(東北亞)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적극적·긍정적 역할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그게 장기적으론 일본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선택이다. 일본이 이시하라·하시모토 극우 연합 같은 퇴행적 행태에 휘둘리는 것은 일본의 불행이면서 이 지역 전체의 불안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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