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빅데이터센터 교수

어느 다국적 IT기업의 광고에 등장하는 'Big Data Transforms Business(빅데이터가 비즈니스를 변환시킨다)'는 문구가 불안한 현재와 미래 경제의 등불처럼 떠오르고 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는 수집·저장·관리·분석하기 힘들 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 집합을 뜻하는 빅데이터는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이다.

빅데이터는 비즈니스 전반을 바꿔놓고 있다.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서 본인도 모르는 필요 상품을 추천하고, 소셜미디어에 올라간 글을 분석하여 사회의 트렌드를 파악한 후 소비자들이 원하는 신제품을 개발한다. 제조 공정에 설치된 센서로부터 쏟아지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불량의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고, 신입사원의 전공이나 인·적성을 파악해서 일을 잘할 수 있는 부서에 배치한다. 냉난방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여 어디서 에너지가 낭비되고 어떻게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 파악하고, 항공기로 밭에 뿌려놓은 센서로부터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범죄의 종류·발생장소·시간을 분석하여 경찰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전화 통화 및 송금 데이터를 분석하여 테러 조직을 찾아낸다.

경험과 상식을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에서 사실과 데이터 등 구체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근시(近視)인 복싱 선수가 라식 수술을 받고 난 뒤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빅데이터 분석이 본업인 기업을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같은 빅데이터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에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없는 기업은 없다. 이제 모든 기업은 한 차원 높은 의사 결정을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할지 실행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를 분석할 전문가 확보와 관련 인프라 구축이다.

데이터 광산에서 정보를 캐어 가공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위한 결정적인 증거로 변환하는 사람을 분석가 또는 데이터 과학자라고 한다. 이들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팅 기술, 수학과 통계 방법을 구사하는 모델링 기술,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등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 연금술사'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인력이 국내외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 뉴욕타임스는 지금 당장 미국에서만 필요한 분석가가 19만명이고, 분석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관리자가 150만명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명문대들은 이러한 수요를 인식해 발 빠르게 빅데이터 MBA 과정을 시작했다. 우리 대학들도 하루빨리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기업에서 목말라하는 분석가를 배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핵심 지식은 컴퓨터공학·통계학·산업공학 분야에 산재되어 있기 때문에 학과의 틀을 넘는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 많은 젊은 인재가 구직난을 겪고 있는 이때에 새로운 데이터 산업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분석가를 키우는 일은 정부·대학·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에 다이아몬드 광산은 없으나 데이터 광산은 많다. 이를 캐내고 가공하고 의사 결정에 사용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21세기 엘도라도(황금의 땅)'에 한국이 선두로 나서는 꿈을 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