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조선닷컴에는 영국 신문의 보도를 인용해 '뇌사 판정받고 장기 적출하기 직전 깨어난 10대 소녀'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오랫동안 뇌사자의 장기기증에 관여해 온 의사로서 또한 장기기증을 서약한 한 사람으로서 오해의 소지가 있어 견해를 밝힌다. 우선 뇌사판정을 받았다면 만에 하나라도 그녀와 같이 깨어나서 퇴원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이 소녀는 교통사고로 뇌를 심하게 다쳤는데 의사가 "만일 상태가 악화되어 뇌사 상태에 빠진다면 장기기증을 고려하면 어떻겠냐"고 보호자에게 말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뇌사판정을 받은 적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뇌사판정 과정은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다. 완전 혼수상태면서 자발 호흡이 전혀 없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반사작용이 없으며, 뇌파가 평탄한 환자가 가족들이 장기를 기증하고자 하면 뇌사 조사를 받게 된다. 신경과 전문의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두 차례에 걸쳐 무호흡 검사를 시행한 뒤, 다시 30분간 뇌파 검사를 통해 뇌파가 평탄함을 확인한다. 이런 엄격한 조사를 마친 후 여러 명의 전문의와 의사가 아닌 법률가나 종교인을 포함한 뇌사판정위원회에서 모든 자료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에 최종적으로 뇌사 판정을 하게 된다.

기사 속의 10대 소녀 환자는 자발 호흡이 있었기 때문에 뇌사 조사에 들어갈 수도 없고, 이런 상태에서 뇌사 판정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담당의사의 성급한 장기기증 권유가 있었다지만 뇌사 판정을 받지 못하면 장기 적출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적출수술을 받기 직전'이란 말은 적절하지 않다. 이번 보도로 인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고자 숭고한 결심을 하고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를 기증한 환자 가족분들이나 장차 뇌사에 빠졌을 때 장기기증을 약속한 분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