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태 서울특별시 장애인 명예부시장

서울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장애인이 해변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완비한 숙박시설 '하조대 희망들'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애인들에게 해변 휴식은 멀기만 한 꿈이다. 엘리베이터도, 이용 가능한 화장실도 없는 숙박시설, 해안에 다가갈 편의시설도 없는 바닷가는 장애인을 허락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벌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49.9%는 '최근 1년 내 숙박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고 답했다. 장애인들은 여유와 휴식의 추억이 아니라 차별과 편견의 아픈 기억을 쌓으며 도시에 갇혀 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계획은 반가운 일이었다. 강원도 양양군 하조대 해수욕장 인근 부지를 매입하고 군청과 건축협의까지 마쳤다. 장애인들에게 소중한 휴식을 제공할 상징적 휴양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지금 이런 꿈이 비틀거리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장애인시설'이라는 이유로 건립에 반대하자 주민 눈치를 본 양양군수는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서울시가 행정소송을 제기, 1·2심 모두 승소해 공사를 서두르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공사 현장을 봉쇄하고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 양양군수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 시간을 끌고 있다. 이대로 내년 2월이 되면 국고 예산을 반납해야 하기에 '하조대 희망들' 건립 계획은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숙박시설이 생기면 장애인과 그 가족들 단체관광으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편견으로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밀어내기 하는 풍토에 장애인들은 또 한 번 좌절하고 있다. 그들은 장애인이 오면 비장애인 관광객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장애인을 보듬는 지역을 더 아름답게 기억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 하조대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해수욕을 즐기는 행복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휴양소를 잃게 될 걱정보다 더 장애인을 가슴 아프게 하는 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장벽을 쌓는 그들의 눈길이다. 장애인이 이용한다는 이유로 숙박시설이 아니라 노유자시설·재활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닫힌 마음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