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진실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전후(戰後) 세대인 우리가 앞 세대의 잘못을 알려야 합니다. 과거의 진실이 모두의 상식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1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역사적 화해를 위한 동아시아 청년 포럼'에 일본 NGO 대표로 참석한 나오코 진(34) '브리지 포 피스(Bridge For Peace·평화를 위한 다리)'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같은 과거사를 외면하는 일본 정부가 부끄럽다"고 했다. 2004년 설립된 '브리지 포 피스'는 일본군 전쟁범죄 관련 구술사 정리와 기록물 작업, 일반인 상영회 등을 통해 일본 군국주의의 폐해를 반성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일본군 전범 문제가 그녀 인생에 들어온 것은 고교생 시절 영국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 때문이었다. "연수 갔다가 알게 된 친구가 자신은 독일인인 게 부끄럽다고 했어요. 나치가 한 일 때문에. 그 말에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까지 저는 국가와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후 태평양전쟁 당시 군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일을 참회한다는 여든 넘은 일본 노인을 만났을 때, 그는 이 일과 멀어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전쟁 관련자들 기록을 남기는 일부터 시작했다. 참전 군인들을 수소문해 인터뷰한 동영상을 일본은 물론 필리핀 등 각지의 학생·시민들에게 보여줬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전쟁에 대해 올바로 알고,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200회를 넘겼고 9000여명이 참석했다. 2년 전에는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할머니들 시위 현장에도 참여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대응에 대해 나오코 진씨는 "일본이 워낙 나쁜 일을 많이 했고 그에 대해 일본인이 너무 무지하다는 게 근본 원인"이라면서도 "과거를 직시하고 사실을 인정하고자 하는 진지한 일본인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세계NGO역사포럼', 캄보디아 NGO 다큐멘테이션센터가 공동 주최한 '2012 역사 NGO 활동가 대회'에는 한국·일본·중국·대만·미국·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9개국 연구자·활동가 6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