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 동참한 사람이 800명을 넘어섰다. 특히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가 대학교수들이 잇달아 참여해온 것이다. 교수들은 "결혼 문제는 단순히 개개인이 돈을 낭비하거나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중요한 함의(含意)가 있다"면서 고(高)비용 결혼 문화의 폐해와 개선 방안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강원택(51)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호화 결혼식은 우리 경제의 후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이룬 성취를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자녀 결혼식을 통해 표출됐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 지도층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했다.

과시적인 결혼식이 일반화되면 그런 비용을 감당할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 마음속에 '나는 이등 시민'이라는 박탈감과 좌절감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 강 교수는 최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화재 같은 사회병리적 현상도 이런 위화감과 상실감이 불거져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새 정치의 화두(話頭)는 양극화 해소와 국민 통합"이라면서 "이제 사회 지도층부터 생활 속에서 국민 통합을 하나씩 실천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작은 결혼식"이라고 했다.

(왼쪽부터)강원택 교수, 김상락 교수, 김동률 교수, 배명진 교수, 백경숙 교수.

김상락(62) 단국대 평생교육원장은 "자녀 결혼 비용 대느라 자기 노후를 포기하는 혼주가 늘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양한 해법도 나왔다. 김동률(52)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대학부터 캠퍼스를 작은 결혼식 장소로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 자신도 1991년 서울 이화여대 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배명진(56)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는 "아이들에게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를 읽어주면 아이들 반응이 가장 좋은 대목이 바로 아기 돼지가 '나도 이제 다 컸다'며 각자 집을 짓는 부분"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키우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백경숙(53) 경북대 아동학부 교수는 5년 전부터 '결혼과 가족 관계'라는 강의를 하고 있다. 수강생이 400명이나 몰릴 만큼 인기 강의다.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 대신 신랑·신부가 주인공이 되는 결혼을 하라'고 강조해요.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부모가 반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꼭 물어봐요. 전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결혼 계획을 세워 부모를 설득하라'고 가르칩니다."

서울대 전효택 명예교수, 한양대 임계순 명예교수, 성신여대 한만영 명예교수, 중앙대 정헌배 교수 등도 작은 결혼식 캠페인에 참여했다.

[[천자토론] '작은 결혼식' 올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