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드라마 시즌제 제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드라마 '골든타임'이 종영한 뒤 인터넷 게시판에 "시즌2를 제작해 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쏟아진 게 직접적 계기다. 여기에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아이리스2'를 내년 초 방영 예정으로 제작에 들어가고, MBC가 지난달 중순 '대장금2'를 내년 초에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시즌제 논의를 촉발시킨 요인이다.

시즌제란 1편과 같은 배우·작가·연출자가 후속편을 만드는 것으로 미국 등에서는 일반화한 드라마 제작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일부 케이블TV가 시즌제를 도입했을 뿐 드라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지상파TV에선 여전히 시즌제에 대해 고개를 내젓는 분위기가 강하다. 왜 그럴까.

방송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캐스팅 문제를 꼽는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1편이 성공하면 배우와 작가 모두 몸값이 오르는데 이들을 2편에 그대로 캐스팅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했다. "드라마로 한번 뜬 배우들은 다음 편에선 혼자 조명을 받는 원톱을 하길 원하지 1편에 나왔던 배우 여럿이 다시 모여 비중을 나눠 먹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있다. 다른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들은 "방송사에서 시즌2 제작을 원해도 작가들이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작가들로선 시청률을 올리려면 전작보다 더 강한 스토리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생방송에 가까운 제작 일정도 시즌제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구본근 SBS 드라마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사전 제작이 원칙이라 시즌1을 제작할 때부터 여러 복선을 두면서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두지만, 템포가 빠른 우리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는 그럴 겨를이 없다"고 했다. "시청률에 쫓겨 한 편에 기승전결로 이뤄진 모든 이야기를 쏟아붓고 결론을 내니 다음 시즌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애매해진다"는 것이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팀장은 "드라마 저작권의 대부분을 방송사가 가져가는 현실에서는 외주제작사가 시즌제를 굳이 제작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처럼 제작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방영권을 파는 구조가 정착되면 드라마 브랜드 파워를 이어가는 시즌제 제작이 선호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즌제는 방송 콘텐츠의 발전 측면에서 결국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며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검증을 통과한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드라마로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시즌제는 분명 발전한 드라마 형태"라며 "기획 단계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는 드라마 제작 방식의 선진화와 더 나은 속편을 만들려는 제작진의 프로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즌제를 하면 시청자들도 한 드라마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최근 들어 에피소드별로 진행되는 장르물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시즌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