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설가 모옌(莫言)의 노벨상 수상은 중국과 중국인들에게는 큰 경사지만, 반체제 작가와 서방 언론의 보도 태도는 사뭇 다르다.

모옌은 중국 국적자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첫 번째 작가이며, 동시에 중국 정부와 체제를 비판하지 않은 첫 번째 중국 출신 수상자. 앞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젠(高行健·2000년)은 프랑스로 망명해 상을 받았고,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2010년)는 현재 반정부 행위 혐의로 투옥 중이다.

◇체제 비판하지 않은 첫 수상자

모옌의 수상에 대한 반발은 모옌이 '저항'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인권 운동가 변호사인 텅뱌오(騰彪)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벨상이) 정치적 전선에서 중국의 비민주적 정권과 같은 곡조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옌이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논평하는 것을 피했고, 특히 마오쩌둥의 연설문을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해 일부 대목을 베껴 썼다는 대목을 들었다. 마오쩌둥 연설문에는 "공산주의 혁명과 합일되지 않은 작품을 쓴 작가들은 처벌받아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관방·비관방 이분법은 위험

하지만 단순히 이런 사안만으로 모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중국 문인은 흔히 관방, 비관방 작가로 분류된다. 관방(官方)은 작가협회 소속의 체제 순응적 작가, 비관방은 체제 비판적 작가를 의미한다. 서강대 중국문화과 이욱연 교수는 "모옌을 관방과 비관방의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대산문화재단의 동아시아 문학포럼 중국담당 조직위원인 외국어대 박재우 교수 역시 같은 의견이다. "모옌은 형식적으로 관방이지만, 내용은 비관방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옌 역시 관료의 무능과 부패, 중국 사회의 빈익빈부익부 심화에 대해 문학적으로 비판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 정치가나 시민운동가가 아닌 작가에게 정치적인 주장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모옌은 2009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거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만, 외딴 방에 숨어 문학의 방식으로 자기 의견을 표시하는 사람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당국은 이제 검열이 아니라 출판 여부만 결정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검열은 마오쩌둥이나 톈안먼 시절에 비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연해졌다"고 말한다. 당과 체제에 정면 도전만 하지 않는다면 거의 모든 글쓰기가 용인된다는 것이다.

중국 작가 중 가장 체제 비판적인 작가는 옌롄커(閻連科). 인민해방군 병사와 상관 부인의 불륜을 그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등 중국 현실에 강한 비판의식을 담은 그의 작품 중 상당수는 당국에 의해 금서 조치됐다. 그런 그조차 "중국 당국은 이제 작가가 뭘 쓰는가에는 간섭하지 않고 출판 여부만 결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당국 통제하에 집단 창작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중국 작가는 개인마다 다른 내용과 작풍으로 글을 쓰고 있다. 1980, 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작가들은 인터넷 연재를 중심으로 좀 더 시장 친화적인 작품을 쓰면서 내 또래와는 또 다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도 번역·소개된 위화, 쑤퉁, 리루이, 비페이위, 한샤오궁 등이 극단을 피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중국의 사회와 인간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작가들. 한마디로, 현재 중국은 모든 책을 대상으로 검열하지만, 검열의 그물은 점점 느슨해지는 상황이다. 그 안에서 다양한 작가군이 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