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의 안보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NLL(서해 북방한계선)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방부 간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전 대통령은 NLL 문제에 대해 군이 '북한과 논의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그해 6월 16일 충남 계룡대에서 NLL 문제와 한미 관계 등을 주제로 군 수뇌부와 육해공군 장성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평화는 신뢰가 중요하고 전략적 유연성이 있어야 하며 이런 차원에서 NLL을 (북한과) 협상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며 "국방장관은 남북회담에서 (NLL 협상이) 안 됩니다라고 했는데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금기는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비역 장성은 "당시 군 통수권자가 군이나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얘기를 해 많은 장성이 놀랐었다"고 전했다.

2007년 10월 장성 진급 및 보직신고를 마친 뒤 노무현 대통령이 김장수(앞줄 오른쪽) 장관 등 군 수뇌부와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임기 동안 NLL 문제를 둘러싸고 군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통일부는 2007년 정상회담을 앞두고 NLL이 북한과 타협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군과 갈등을 빚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2007년 8월 국회에서 "(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고 했다. 김장수 전 장관은 안보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이 전 장관에게 "통일부가 왜 자꾸 NLL 문제를 건드리느냐. 쉽게 얘기할 사안이 아니니 앞으로 NLL 발언을 삼가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책상을 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김정일과 남북 정상회담을 한 지 1주일쯤 뒤인 10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정당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 및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그 선(NLL)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의 작전 금지선이었다.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데, 이것(NLL)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고도 했다.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가 처음으로 NLL이 정식 영토선이 아니라고 언급한 것이다.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은 그해 10월 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가 이어지자 "NLL은 해상 경계선이고 끝까지 지켜야 할 선"이라고 답변했다. 당시 국방 정책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서해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문제를 논의할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와 통일부·군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해 11월 27~29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NLL 고수 입장을 고집했던 김 전 장관의 경질설이 계속 나돌자 김 전 장관이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찾아가 이 문제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문 전 실장에게 "제가 이 정부에 그렇게 부담스러운 존재라면 귀띔만 해주시면 물러나겠다"고 하자 문 전 실장이 말렸다고 김 전 장관은 전했다.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김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을 만나 "NLL 문제는 저에게 일임해 달라"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어 11월 27일부터 사흘간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선 NLL 및 공동어로수역을 둘러싼 남북 입장이 맞서면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