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씨 제공

"부모님은 '결혼하고 싶으면 해라. 그런데 줄 건 없다'고 저한테 말하시곤 해요. 저도 부모님께 뭔가를 받을 생각이 없어요. 당연하지 않나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는 "내 자식은 작은 결혼시키겠다"며 참여한 부모도 많지만, "내가 작은 결혼하겠다"는 자녀도 많다. 특히 '결혼이 부모님께 부담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의 동참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18세 때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다리가 마비됐던 박상규(32)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박씨는 재활 치료를 통해 지금은 걷는 데 문제가 없지만 아직도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 8시간 동안 수술을 받고 깨어난 그에게, 교회 목사는 '힘차게 살라'는 뜻으로 '박힘찬'이란 또 다른 이름을 지어줬다. 집안 형편은 넉넉지 않다. 박씨의 아버지가 세탁소를 운영하며 빠듯한 생활을 이어왔고 3년 전부터는 어머니가 새벽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박씨는 "작은 결혼식을 하는 것이 부모님께 드리는 진정한 효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학에서 장애인 재활을 전공한 박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자신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재활을 돕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떳떳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씨는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고 둘이서 작은 결혼을 올릴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결혼은 제 인생에서 행복에 이르는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그런 일을 부모님께 부담 드리면서 하고 싶지 않아요. 예물과 예단은 간소하게, 신혼집·혼수는 힘을 합쳐 마련하면 정말 아름다운 결혼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