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0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한식당에서 조촐한 결혼식 피로연이 열렸다. 주인공은 법무법인 지엘 대표 임양운 변호사(61·사진)의 큰아들 임장원(28)씨와 며느리 장민(27)씨. 하객은 모두 30명만 참석했다. 미국에서 친구들만 불러 교회에서 결혼식을 한 임씨 부부가 한국의 지인들을 위해 피로연을 가진 것이다. 통상 이런 경우 한국에서 예식을 한 번 더 하는데, 피로연만 가졌다.

신랑·신부는 턱시도와 드레스가 아닌 단정한 정장을 입었다. 임 변호사가 직접 사회를 보며 하객 한명 한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신랑을 어린 시절부터 알아왔던 양준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이 신랑·신부를 소개했다. 권경현 전 교보문고 대표의 간단한 축사에 이어 하객들이 함께 성가를 부르는 것으로 식이 끝났다.

이후 참석자들은 식사를 함께 하며 신혼부부를 위한 덕담을 나눴다. "이렇게 신랑 신부에 대해서 잘 알게 되니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오붓한 자리라 꼭 참석하고 싶은 마음으로 왔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임 변호사는 아들 부부에게 직접 만든 '행복시계'와 직접 쓴 책 '자기야 우리 왜 결혼할까'를 선물했다. 행복시계는 숫자 대신 '신뢰' '사랑' '경청' '관심' 등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덕목들이 적혀 있다. 2007년 출간된 '자기야 우리 왜 결혼할까'는 신혼부부에게 필요한 자세를 정리한 책이다. 피로연이 끝나고 자리를 나선 하객들은 모두 "나도 이렇게 작은 결혼을 시키겠다"며 입을 모았다.

임양운 변호사가 지난해 8월 결혼한 아들 부부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행복 시계’. 숫자 대신‘신뢰’‘사랑’‘경청’등 행복한 가정을 위한 덕목이 표기돼 있다.

임 변호사는 "예전부터 결혼을 허례허식 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책을 써서 주변 젊은이들이 결혼할 때 한 권씩 선물해 왔다"면서 "둘째 아들도 소박하게 결혼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의 캠페인이 많은 사람에게 작은 결혼식을 알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결혼식이 신혼부부와 하객들이 서로 알게 되는 기쁜 자리가 되면 사회적으로 결혼에 대한 부담감도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