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출범 7년째를 맞는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이하 '한국형 MBA')의 올 상반기 평균 경쟁률은 2.7대 1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형 MBA 신입생 모집과 운영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2007년 상반기와 동일한 경쟁률이다. 최고 경쟁률(3.55대 1)을 기록한 2009년 이후로는 소폭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형 MBA란 국제 수준의 경영 능력을 갖추고 한국 기업 특성에도 밝은 경영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경영학 석사 과정을 일컫는다. 따라서 '국제화 능력'이 필수 역량으로 꼽힌다. 올 상반기에만 7개 대학에 외국인 학생 25명이 입학했고 12개 대학은 93명의 외국인 교수를 유치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보다 9명, 22명 증가한 수치다. 한국형 MBA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중국인(9명·36%)이다. 교수 중에선 미국 국적 소지자가 65명(70%)으로 가장 많다. 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9개교는 미국·중국·영국·프랑스·싱가포르 등 해외 대학과 복수학위 과정을 운영한다.

각 대학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AACSB (미국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인증)와 EQUIS(유럽경영발전재단 인증) 등을 획득하려 애쓰고 있다. 한국형 MBA 가운데 AACSB 인증을 획득한 대학은 서울대서강대 등 7개교. EQUIS 인증을 보유한 학교는 고려대와 연세대 두 곳뿐이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MBA나 설립된 지 50년 이상 된 유럽 MBA에 비해 한국형 MBA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장은 "한국에서 가장 자산 규모가 큰 사립대학의 자산도 미 하버드대 자산의 1.5%에 불과하다"며 "급속히 세계화를 추진하는 기업에 걸맞은 미래 경영자를 길러내야 한다는 사회 요구도 충족시켜야 해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학장에 따르면 이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은 MBA 자체가 '이슈 메이커(issue maker)'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는 "지구온난화 현상이나 일자리 없는 성장 등 현안이 되는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자를 양성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이스트는 SK와 손잡고 '사회적 기업가 MBA' 운영을 준비 중이다.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 전통적 MBA와 달리 '따뜻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자본주의 4.0 시대에 맞춰 젊은 사회적 기업 창업자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천명호 성균관대 MBA 행정 담당자에 따르면 한국형 MBA는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다. (성균관대 MBA는 올 상반기 최고 입학 경쟁률을 기록했다.) "졸업과 동시에 연봉이 10배씩 오르는 미국 MBA 같은 혜택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성균관대 글로벌 MBA 과정의 경우, 올해 파이낸셜타임스 선정 세계 MBA 평가에서 66위를 차지하며 입학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향후 한국형 MBA의 성과가 조금씩 알려지면 우수한 인적 자원이 많이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수 MBA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이 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그런 선배의 영향을 받은 후배 인재가 다시 한국형 MBA로 몰리게 되면 그야말로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