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우리 세대가 (자식을) 잘 못 키운 측면이 있죠."

본지 편집국에 모인 부동산 전문가 한 명이 한숨을 쉬며 내뱉은 말이다.

지금 혼주 세대인 50~60대는 온 나라가 가난하던 1940~50년대에 태어나 압축 성장의 파도를 타고 청춘을 보냈다. 지금처럼 빈부 격차가 심하지 않은 데다 나라 전체가 쑥쑥 성장했기에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산다''허튼짓만 안 하면 나이 들면서 점차 형편이 풀리게 되어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대다수가 단칸방에서 고생스럽게 출발했다. 일단 '내 집'을 마련하고 나면 시나브로 집값이 올라 저축과 융자를 합쳐 방 한 칸짜리 집에서 방 두 칸짜리 집으로, 다시 방이 세 칸, 네 칸 있는 집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공감대를 깨뜨린 게 IMF 외환 위기다. 지금 혼주들이 막 중년에 접어들던 시기였다. 그들에게 IMF 외환 위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충격을 줬다.

그때 그들은 조직을 위해 온몸을 바친 선배들이 한순간에 낙엽처럼 직장에서 떨려나는 모습을 목격했다. 고속 성장이 계속된다는 신화와 정년이 보장된다는 신화가 깨졌다.

그 과정을 겪은 혼주 세대는 직장에서 좀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재테크와 자기계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서점가를 휩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황금가지)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였다.

동시에 '나도 언제 같은 처지가 될지 모른다. 내 자식은 나처럼 불안하게 살지 않도록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게 해줘야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많은 돈을 자녀 사교육에 투자했다.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서민 가장들까지 '기러기 아빠' 생활을 감수하면서 아이들을 조기 유학 보냈다. 빈부 격차가 커질수록 부모들 마음속에는 당장 빠듯하게 살더라도 자식 키우는 데 올인했다.

전문가들은 "50~60대가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며 금이야 옥이야 자식을 키운 탓에 자식 세대인 20~30대는 무슨 일이 터지면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자동적으로 부모 얼굴을 쳐다보게 됐다"고 했다. 수많은 50~60대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