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08년 북한 나진항에 이어 최근 청진항에 '오성홍기(五星紅旗)'를 꽂았다. '동해 출해권(出海權)'에 목마른 중국의 북한 항구 접수 작전이 본격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10일 중국 옌볜일보에 따르면,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의 옌볜하이화그룹(延邊海華集團)은 지난 1일 평양에서 북한 항만총회사와 정식 계약서를 체결하고 청진항 해운항만합작경영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중국이 60%, 북한이 40%를 출자한 이 회사 설립을 통해 중국은 연간 물동량 처리 능력이 700만t인 청진항 3·4호 부두의 30년 사용권을 확보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북한 항구 진출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내륙에 갇힌 지린·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지방 출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대외팀장은 "현재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처리해야 할 물동량은 연간 1300만t"이라며 "물동량이 늘수록 북한의 항구를 가지려는 중국의 노력도 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나진·청진항 외에 선봉항(나선특별시)·단천항(함경남도)·원산항(강원도)도 차지하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5월 현대화 공사가 마무리된 단천항의 경우 중국이 부두 보수 공사와 컨베이어 벨트 설치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중국은 주로 내륙 철도를 이용해 동북 3성의 각종 자원을 산업시설 밀집지역인 중국 동·남부로 수송해왔다. 하지만 북한 동해안의 항구 사용이 자유로워지면 물류비가 대폭 절감된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의 촹리(創立)그룹이 2008년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따낸 데 이어 4·5·6호 부두 건설권과 50년 사용권을 확보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선항 1호 부두 보수 공사와 4~6호 부두 건설이 끝나면 중국은 연간 600만t의 물동량 처리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에 확보한 청진항 3·4호 부두와 합치면 연간 1300만t의 물동량 처리 능력이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중국의 청진항 진출 얘기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가 돼왔다"며 "구체적인 결실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이 청진항 3·4호 부두 사용권을 따냈다는 보도는 2010년부터 나왔지만 지금까지 아무 진전이 없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항만 이용을 둘러싼 북·중 간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출해권 확보 차원에서 부두만 쓰고 싶어하는 반면 북한은 중국이 항만 주변에 거창한 산업단지를 개발해주기를 바란다"며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업이 걸핏하면 중단되는 게 다반사"라고 했다.

청진항의 경우 중국은 기존 진출국인 러시아와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중·러에 싸움을 붙여 더 매력적인 투자를 받아내겠다는 심산"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조동호 교수는 "과거 경험상 북·중 간 경협은 실행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다"면서도 "중국이 북한 항구에 추가 진출할 유인(誘因)이 분명 존재하므로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북한 항만 접수는 시간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