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천·제주·부산경남(김해)에 이은 제4경마공원 후보지 공모에 2009년 전북 정읍시와 장수군이 나섰으나 경북 영천에 밀려 탈락했다. 정읍시는 의회 동의를 얻지 못해 한국마사회가 정한 총 1000점의 평가 배점 가운데 150점을 포기했다. 시의회는 '사행성 산업'이라며 동의하지 않았다. 장수는 제주에 이어 제2경주마육성목장까지 보유하고 있으나 도시에서 멀고 숙박·위락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말 '말(馬)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북도가 제5경마공원 유치에 다시 나섰다. 도는 3일 "경주마 생산과 승마·휴양 등을 결합한 복합산업으로 말 관련 신산업을 유치키 위해 그 첫 단추로 이 사업에 다시 도전한다"고 밝혔다. 도는 "전문가 등 15명으로 말산업 육성을 위한 TF팀도 구성했다"며 "이달 중 도내 시군들을 상대로 후보지 공모에 나선다"고 했다.

"제5공원은 레저·힐링 복합공간"

정부와 한국마사회는 향후 경마공원을 경마뿐 아니라 승마체험·재활치료 등을 연계한 레저·휴양 복합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국제규모의 경주로와 승마경기장, 다용도 경기장과 함께 승마체험장, 말 박물관, 말체험 동물원, 가족공원, 야외공연장 등도 갖춘다는 것이다. 물론 재활승마센터, 힐링센터 등도 함께 세워 휴양·치료 기능까지 수행한다는 것이다. 도 담당자는 "이미 과천에서도 경마 일정에 관계없이 다양한 경마장 부대시설에서 시민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장수 경주마육성목장에서 과천·김해 등 경마공원으로 나갈 경주마 후보들이 경주 훈련을 받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2007년 육십령 아래 장계면 명덕리에 46만평으로 이 목장을 조성했다.

도가 구상하는 경마장은 150만㎡ 규모. 도와 시군이 부지를 매입하면 마사회는 3000억원 이상을 들여 각종 시설을 조성한다. 도는 2014년 이전 마사회의 제5경마공원 후보지 공모를 앞두고 연내 최적합지를 선정, 주민과 정치권의 뜻을 모으면서 유치 기반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도는 "경마공원이 수도·영남권에 편중되면서 호남권은 소외돼 있다"며 "전북은 대전·충남과 광주·전남권에서 1시간이면 오갈 수 있고 관광·산업 복합지구로서 새만금 내부개발도 본격화되고 있어 매우 유리한 입지"라고 말했다. 도는 또 "장수 경주마목장과 함께 한국마사고(남원)·경마축산고(장수)·기전대 마사과와 국제승마장(장수) 등 인프라도 새 경마공원 유치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했다.

"세수 2000억, 고용 1500명 창출"

도가 경마공원 유치에 나서면서 내건 기치는 지역 균형발전과 신산업 육성이다. 국민소득 향상과 함께 승마는 새 휴양레저로 그 저변을 넓히면서 부가가치와 고용유발 효과가 매우 높은 산업분야로 재조명되고 있다.

도는 "새 경마공원을 유치하면 지방세수가 연간 2000억원 이상 늘고, 새 일자리 1500개가 창출되면서, 관광인구 유입도 증가된다"며 "이래서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나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도는 그러나 제5경마공원 유치에도 지역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2009년 정읍에서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강원도 정선카지노를 떠올리며 "경마장이 생기면 지역민들이 도박에 중독된다"고 반발하면서 찬반여론이 갈렸다.

도는 그러나 "경마공원 유치는 FTA로 위축된 축산농가에게 새 기회를 주고 레저 등 3차산업뿐 아니라 2차산업에도 파급효과를 불러온다"고 했다. 당장 도내 경주마 사육규모(51농가, 1025마리)부터 갑절 수준으로 늘면서 식용 말고기 식당과 의약품 등 부산물 가공공장도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성섭 도 관광레저과장은 "말 산업은 지역 새 성장동력으로, 새만금 해양관광단지 배후 복합레저시설로도 관광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행성 산업" vs "신성장동력"

정부가 작년 9월부터 시행 중인 '말산업 육성법'은 농촌 경쟁력 강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기본 취지로 한다. 정부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은 5년 뒤 말 사육두수를 현 3만두에서 5만두로, 승마인구를 현 2만5000명에서 5만명으로, 승마장을 300곳에서 50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이 분야 전문인력을 1100명까지 늘리는 등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승마 시설 및 체험프로그램을 확대, 승마 체험인구(연간 63만명)를 5년 뒤 연간 15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말산업 특구'를 지정하면서 전문 농장 및 연관 산업을 육성하고 R&D도 후원한다는 방침이다.

도는 정부 방침에 맞춰 승마장과 승마교실을 다양하게 넓혀가면서 말 농가와 조련시설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새 경마공원과 함께 말산업 특구와 마사회 연수원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도는 말산업 복합단지 부지로 새만금지구를 농식품부에 제안하려 한다.

도는 오는 11월 후보지를 확정하고 연내 각계 인사로 유치추진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전북발전연구원은 이에 발맞춰 '전북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정읍시가 2009년 경마공원 유치에 나서면서 벌인 여론조사에서 이 사업에 찬성한 시민은 55.4%, 반대한 시민은 20.7%였다. 도 담당자는 "마권(馬券)구매 제한이 추진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경마가 선진국처럼 대중의 건전한 교외레저로 인식될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